옥탑방 '포르노 수집광' 죽음…동네 노인이 막걸리 부은 이유

2025-08-01

9년 전에 다녀왔던 현장의 이야기다. 서울의 오래된 동네에 위치한 옥탑방이었다.

현관을 들어서면 작은 주방이 있고, 왼쪽 문을 열면 방 한 개, 오른쪽 문을 열면 욕실 겸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욕실이라고 해봐야 한겨울에는 꽁꽁 얼어 사용할 수나 있을까 싶었다.

형편 없는 건축구조였다.

그때는 한여름이었고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방 안팎으로 구더기가 쏟아져 나왔다. 집 안 곳곳에 꼬물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깥까지 기어나왔다.

이대로 모른 척,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고인은 체격 좋은 5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고 했다. 좀 황당한 것이 동네 노인 한 분이 남자의 사고 소식을 듣고 집에 막걸리 한 병을 부어놨다고 했다.

왜였을까.

쏟아부은 막걸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시큼한 냄새가 곳곳에 밴다. 그 쉰내에 수천, 수만의 구더기가 꼬인다. 한여름이다. 바닥을 흥건히 적신 막걸리 위에 구더기가 한 움큼씩 둥둥 떠다녔다.

우리 신입 직원 중 한 명은 그것을 보고 식혜를 쏟은 줄 알았다고 했다. 구더기가 그렇게 둥둥 떠다니는 것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발을 옮길 때마다 쩍쩍 붙고 모든 곳에 구더기가 올라왔다.

옥탑방 한쪽에는 TV와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이어져 있는 벽면에 옛날 비디오 테이프와 DVD가 가득 쌓여 있었다. 대부분이 불법 동영상이었다. 조잡한 제목까지 써붙여 있었다. 그렇게 많은 분량이 한곳에 쌓여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9년 전이니까 당시만 해도 인터넷으로 그런 동영상을 볼 수는 있었을 텐데, 그때 이미 50대 중반의 이 남자는 아마도 더 예전부터 그렇게 ‘수집’해 왔던 것 같았다.

침대에 남은 ‘데드마스크 흔적’을 보니 어느 정도 짐작이 됐다. 남자는 침대에 걸터앉아 영상을 시청하다가 그대로 뒤로 쓰러져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였다. 다리가 놓여 있던 침대 밑부터 위까지 시신의 흔적이 매우 뚜렷했다. 사인은 ‘심장마비’라고 들었다.

한참 현장 정리를 하다 머리를 식히려고 1층으로 내려갔다.

허리가 구부정하고 아주 왜소한 할머니 한 분께서 다가오셨다. 대뜸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주 속이 시원해, 그래도 일이 이리 되고 나니 불쌍해서 막걸리 한 통 사다 부어줬어.”

“아…. 할머님이 막걸리를 부어놓으신 거예요?”

일이 더 귀찮게 된 것은 맞지만, 막상 할머니가 막걸리를 부어놓은 마음은 다른 의미였기에 말을 보태진 않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할머니는 곁을 떠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속 시원해 죽겠어. 내가 그 요상한 소리 때문에 더워도 창문도 못 열고 살았어!”

에어컨도 없는 옥탑방, TV 보던 남자의 심장마비. 아무렴 사람이 죽었는데 속 시원하다는 할머니까지. 한여름밤, 그 달동네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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