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마지막 한 조각…지미 라이 재판에 쏠리는 눈

2024-11-20

홍콩 민주파 인사 탄압의 ‘최후의 퍼즐 한 조각’이 된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77)의 보안법 위반 재판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과 서방국가 간의 외교분쟁 이슈가 될 조짐도 보인다.

20일 홍콩프리프레스·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서구룡 치안법원에서는 라이의 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첫 심리가 열렸다. 패션기업 지오다노 창립자이자 현재는 폐간한 일간지 빈과일보 사주였던 라이는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영국 식민지 시대 법에 따른 반역적 출판물 간행과 2020년 7월 도입된 보안법에 따른 외세와의 공모가 그의 죄목이다.

홍콩 검찰은 라이와 빈과일보의 고위 임원 6명이 미디어 사업을 통해 “정부에 대한 반대를 조장하고 외국과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1기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 등 국내외 정치인과 학자들을 라이의 협력자로 지목했다. 검찰은 또 라이가 ‘스탠드 위드 홍콩(홍콩과 함께 한다)’이란 단체를 통해 당국 제재를 받는 젊은 반정부 활동가 2명을 지원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외세와의 공모는 보안법 중에서도 특히 무겁게 다뤄진다. 유죄가 인정되면 종신형도 가능하다. 빈과일보 임원 6명과 활동가 2명은 유죄를 인정했다.

라이는 이날 톈안먼 항쟁 이후 자유가 확산하려면 대규모 정보 유통이 필요하다고 느껴 미디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빈과일보는 홍콩인들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공유했기 때문에 사랑을 받았다며 “사내 어떠한 편집 방침도, 채용 가이드라인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홍콩이나 대만의 독립을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함정’이나 ‘미친 생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신문사 직원 누구에게도 그것만큼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CNN은 라이가 눈에 띄게 마른 모습으로 나타났고, 라이의 아내와 라이의 절친한 친구 조셉 젠 추기경이 라이의 옆자리에서 증언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되면 별건수사를 통해 일단 구속된 뒤 수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라이 역시 2020년 12월 빈과일보 본사 건물 임대 계약 관련한 사기 혐의로 징역 5년 9개월을 선고받고 수사를 받아 왔다. 보안법 위반 재판은 지난해 11월 시작됐으나 라이의 건강악화 등으로 첫 심리가 계속 연기됐다.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이날 이른 아침부터 법원 앞에서 줄 서서 방청을 위해 기다렸다고 AFP통신 등 여러 언론이 전했다. 2019년 송환법 시위에 가담했다 체포된 적 있다는 한 70대 남성은 “우리는 그를 정말 지지하고 싶다. 우리 홍콩인, 홍콩을 위한 일이다”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라이의 첫 심리는 전날 홍콩 민주화 운동가 45명에게 무더기로 징역 4~10년의 중형이 선고된 다음 날 열렸다. 라이까지 형이 확정되면 2019~2020년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 국면에서 활약했던 홍콩 민주화 세력에 대한 처벌이 완성된다.

라이의 재판에 국제사회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전날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라이의 건강을 우려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스타머 총리가 인권 문제를 거론하자 중국 당국이 취재 중이던 영국 기자들을 회담장 밖으로 쫓아낸 사실이 알려지며 영국에서는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 응한 스타머 총리에게까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라이의 석방을 약속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보수 성향 팟캐스트에서 “나는 라이를 100% 빼낼 것이다. 그것은 매우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홍콩과 미국의 상호 존중을 바란다”며 이 발언에 불만을 표했다.

라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자이다. 트럼프식 강력한 대중정책이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 봤다. CNN에 따르면 라이는 2019년 워싱턴에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등과 홍콩 상황을 논한 적 있다. 그는 2020년 11월 미국 대선 당시 빈과일보 사설에서 “트럼프가 정권을 잡아야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밝혀 홍콩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무더기 징역형이 선고된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을 “내정간섭”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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