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전 세계 곤혹에 빠뜨려
한국 정부도 전략에 말려…처참한 '성적표'
미국 정부 높은 벽 인정하고 대응책 모아야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미치광이 전략'은 국제정치학 이론 중 하나다. 영어로는 'Madman Theory'로 협상을 상대에게 미치광이인 것처럼 행동해 공포를 유발하고 협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가져가는 전략이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언론에서 단골로 등장하던 단어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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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는 제37대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다. 냉전이 한참이던 시절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에서 소련을 상대로 언제 핵을 터트릴지 모르는 이미지를 보였다. '벼랑 끝 외교'와 일맥상통한다. 닉슨은 이 정책으로 소련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들이며 일부 성과를 거뒀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여러 핵을 손에 쥐며 전 세계를 곤혹에 빠뜨리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를 예고한 상황이다. 그린란드 매입 의지를 드러내거나, 파나마 운하 소유권을 주장하는 등 온갖 기상천외한 정책을 핵폭탄처럼 터뜨리는 중이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의 전략에 완전히 말린 모습이다. 트럼프 취임 한 달이 넘은 이 시점에서 성적표는 처참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전화 한 통 하지 못했다. 장관급 회담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유일하다.
정부는 지난주를 외교통상 슈퍼 위크로 야심차게 내세우고, 대미 아웃리치(대외 소통)를 펼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던 '세이프가드 사태'가 언제 빚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외교에 있어 국내 정치 상황은 핑계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한 인터뷰를 통해 미일 정상회담에 대비해 10~20명 전문가들과 30시간 이상을 트럼프에 대해 공부했다고 밝혔다. '미치광이'를 대하려면 필요한 자세임이 틀림없다. 미국 정부의 높은 벽을 인정하고 대응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야 한다. 정부의 '대응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말은 공허하다. 이제는 굵직한 외교 결과로 보여줘야 할 때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