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쓰리 가드 전술이 멈춰 섰다. 김낙현(골반), 샘조세프 벨란겔(발목) 등 주전 가드진의 연이은 부상으로 쓰리 가드 시스템 자체를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7일 서울 SK전까지 나흘 동안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 가스공사는 높이와 활동량이 좋은 유슈 은도예를 앞세운 포워드 중심 전술로 전환했지만, 서울 SK에 55-63으로 패배하며 2연승 행진이 중단됐다.
강혁 감독은 경기 전 “정성우의 수비, 벨란겔의 1대1 돌파, 김낙현의 득점이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인데 현재는 그 작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전력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쓰리 가드 전술이 각 선수의 역량과 역할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의 쓰리 가드 전술은 공수 양면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데 최적화된 전략이었다. 정성우는 상대의 공격을 초기에 차단하는 대인 수비로 전방 압박을 담당했고, 상대의 볼 운반과 공격 전개를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벨란겔은 빠른 돌파와 뛰어난 1대1 능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공간을 창출했고, 김낙현은 정확한 슈팅으로 득점을 책임졌다.
가스공사는 이번 시즌 평균 80.3점으로 리그 3위의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포인 포워드 앤드류 니콜슨까지 가세하는 3점은 성공률 34.9%로 리그 선두다. 하지만 SK전에서는 김낙현과 벨란겔이 빠지면서 공격 역할 분담에 공백이 생겼고, 정성우는 혼자서 상대 수비를 돌파하고 공수 연결을 책임지는 부담을 떠안았다.
주전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가스공사는 높이와 활동량이 강점인 유슈 은도예를 전면에 내세웠다. 니콜슨마저 발목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은도예의 활약이 절실했다. 그는 14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수비에서 존재감을 보였지만, 공격에서는 4점에 그치며 득점력 부재를 드러냈다. 강혁 감독은 경기 후 “수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 공격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며 주요 득점원이 빠진 상황에서의 공수 밸런스 유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쓰리 가드 전술의 붕괴 속에서도 그나마 정성우는 팀을 이끄는 중추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경기 전반에 걸쳐 볼 핸들러로서 공격 전개를 주도했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직접 레이업 득점을 시도하고, 7차례의 3점슛 시도 중 3개를 성공시켰다. 마음 놓고 공격에 나서면서 14득점 8어시스트 5스틸을 올렸다. 강혁 감독은 “정성우가 독감에서 회복된 직후임에도 많은 시간을 소화했다”며 그의 투혼을 높이 평가했다.
가스공사는 전현우의 외곽슛으로 후반까지 추격의 불씨를 살렸으나, 4쿼터 중반 그마저 발목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공수 전환이 현저히 둔화했다. 강혁 감독은 “전현우가 발목이 깔렸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 상태를 점검해봐야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전현우의 이탈로 외곽 공격 옵션을 잃은 틈을 타 SK는 자밀 워니의 골 밑 장악과 안영준의 외곽슛을 앞세워 격차를 벌렸다.
쓰리 가드 전술은 가스공사의 상징적인 무기였으나, 주전 가드진의 연쇄 이탈로 새로운 전술적 해법이 시급해졌다. 강혁 감독은 “지금이 끝이 아니다. 전력을 재정비해 앞으로의 경기를 준비하겠다”며 팀의 결속을 강조했다. 은도예가 리바운드에서는 큰 존재감을 보였으나 득점에서 아쉬움을 남긴 만큼, 추가 득점원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정성우가 보여준 공격 포인트 생산은 새로운 전술 패턴의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혁 감독은 “공격수가 부족하다면 수비로 버티자”고 주문했지만, 이날 경기는 수비만으로는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2연승의 상승세가 꺾인 가운데, 주전 가드진의 복귀 전까지 가스공사가 어떤 돌파구를 찾아낼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