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시는 소리에 잠이 들끓다
술 취한 하늘이 하얗게 눈을 토하다
아침 해가 흰 밥처럼 떠오르다
찹쌀을 섞어 밥을 짓다
식탁 위에 흰 밥이 봉분처럼 앉아
성묘하는 사람의 손이 뜨거워지다
지문에 붙은 밥풀 몇 알이
먼 강의 나룻배처럼 떠가다
아비 앉아 고기 잡던 강도 얼어서
아침이
뜨거운 김을 올리고 있겠다
생일 축하해요
고봉 가운데 당신의 은수저를 깊게 꽂아 세우다
물고기 구름처럼 장대에 달고 오던 아비
눈길에 미끄러우니 오지 말라는 뜻인지
어여오라는 입김인지
멈추지 않고 눈 내리는 소리 들으며
밥처럼 흰 털모자 쓴 해가
성큼성큼 뒤따라오다
겨울이 아버지처럼 앞서가다
◇박영선: 2020년 <발견> 등단. 시집『여기 잠깐만 앉았다 가면 안돼요』 <화성작가회의> 동인. <해시 문학회> 동인.
■해설: 결론 없이 동사로 이어지는 이미지들을 끌고 잘도 달라고 있다. 멈춘 문장이 아니라 달리는 문장이라고 해야 하나! 눈-잠-밥-봉분-은수저-손-입김-흰 털모자는 결국 "겨울이 아버지처럼 앞서가다"를 이야기하고 있다. 제목이 주는 암시인 겨울 생의 한 사람이, 물고기 구름처럼 장대에 달고 오던 아비였고, 시인은 겨울 생인 그 아비의 생일을 맞아 말 못할 그리움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놓고 있다. 특히나 "은수저를 깊게 꽂아 세우다" 는 행위는 시인 심리를 잘 드러낸, 알레고리의 한 표현으로 읽힌다. 겨울 생인 아버지가 겨울을 살다 가신 "지문에 붙은 밥풀 몇 알이/ 먼 강의 나룻배처럼 떠가다/아비 앉아 고기 잡던 강도 얼어서/아침이/뜨거운 김을 올리고 있겠다" 는 이 문장은 이 시의 백미이자. 생생한 체험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어, 어떤 전율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박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