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방울

2025-02-09

수풀들 불타고 있었다―

그것들 그러나

휘감았다 자기들 목을 자기들 손으로

장미 꽃다발처럼

사람들 뛰었다 피신처로―

그가 말했다 그의 아내 머리카락은

그 안에 숨을 수 있을 만큼 깊다고

담요 한 장에 덮여

그들이 속삭였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말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일련의 탄원기도를

사태가 매우 악화했을 때

그들이 뛰어들었다 서로의 눈동자 속으로,

그리고 그 눈동자들 꼭꼭 닫았다

너무 꼭꼭이라 그들은 화염을 느끼지 않았다

그들이 속눈썹으로 올라왔을 때

끝까지 그들 용감했다

끝까지 그들 충실했다

끝까지 그들 비슷했다

두 방울,

얼굴 가장자리 궁지에 빠진 두 방울과.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1924~1998)

먼 나라 시인의 시를 읽는다. 헤르베르트가 태어난 곳은 폴란드의 르부프, 지금은 우크라이나 영토가 된 곳이다. 그의 시에는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았던 자신의 체험이 그대로 녹아 있다. 시인이 마주한 세계는 온통 “수풀들 불타고 있”는 곳이었다. 불타고 있는 수풀들 속에서 누가 장미를 구할 것인가. 누가 장미를 위해 시간을 내어줄 것인가. “자기들 목을 자기들 손으로”, “휘감”아 버리는 “장미 꽃다발처럼”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 위험한 순간들을 피해 달아난 곳은 “아내 머리카락” 안이었다. 그곳은 “숨을 수 있을 만큼” 깊고 안전하여 “화염”을 느낄 수 없었다. 시인과 함께 끝까지 “용감했”고, “충실했”고, “비슷했”던 사람들은 서로의 눈동자 속으로 뛰어들어 서로를 살릴 수 있었다. 시인은 벼랑 끝에 매달린 눈물 두 방울을 잊지 않았다. 전쟁의 흔적들, 눈먼 절망 곁에서 겨우 잔존하는 빛들을 나누고자 안간힘을 썼던, 시인의 노래로 봄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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