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 딛고 글로벌로 도약" 韓 IT기업, 사우디 모인다

2025-01-07

‘중동판 소비자가전쇼(CES)’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제기술전시회 ‘리프(LEAP)’가 국내 기업들의 중동 진출 교두보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가 ‘탈(脫)석유’를 위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투자사가 대거 참석하는 리프를 발판으로 삼고 중동 시장에 자리잡고 글로벌 무대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 얼라이언스 멤버사인 AI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다음 달 9~12일(현지 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리프 2025’에 참가한다. 특히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한국 경영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연사로 참여한다. 박 대표는 ‘투자자 세션’과 ‘미니 데모 세션’에 참석해 리벨리온이 국내 첫 AI반도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또 자사 신경망처리장치(NPU) 시연에도 나선다. 이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도 한국 공동관을 열고 국내 9개 기업들을 소개할 방침이다.

국내 IT 기업들이 리프에 눈독을 들이는 까닭은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는 중동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로 4회차를 맞은 리프는 사우디 정부가 주최하는 중동 최대 IT 전시회로, 최근 석유에 의존해온 경제를 첨단기술로 전환하는 ‘비전 2030’ 전략을 실행 중인 사우디에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동시에 지난해 열린 리프에 전 세계 1800여개 기업과 21만 5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돼 13만 5000여 명이 찾은 CES와 10만 1000여 명이 방문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능가하는 규모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에 좀처럼 IT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애플을 비롯해 엔비디아·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리프에 총출동하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가 단독 부스를 열고 디지털 트윈·로봇 등의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리벨리온도 리프 참가를 기점으로 이르면 올해 1분기, 늦어도 상반기 내 사우디에 법인을 설립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리벨리온은 지난해 사우디 아람코 산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와에드벤처스’로부터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박 대표는 “과거 중동의 수출 신화를 AI와 반도체 기술로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중동 IT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향후 리프에 참석하는 국내 기업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공공투자기금(PIF)을 통해 400억 달러(약 58조 원)에 달하는 펀드를 조성해 AI 분야에 투자를 이어간다. 이는 AI 분야에 대한 재무적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NYT는 “(400억 달러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들이 일반적으로 접하는 투자액을 완전히 압도하는 수준”이라며 “사우디가 세계 최대의 AI 투자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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