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정 스포츠' 위한 법·정책 연구 부족하다

2024-12-16

박정인 연구교수(단국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지난 12월 11일은 (사)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를 발족한지 25년되는 해였다. 1999년 학회 창립때부터 유일하게 스포츠법을 연구해온 본 학회가 25살이 되었다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스포츠 상황을 돌아볼 때 여러 시사점이 크다.

우리나라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종합순위 8위'라는 훌륭한 성과를 이루었으며, 4대 글로벌 메가 스포츠 이벤트(IOC 하계․동계 올림픽, FIFA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명실상부 스포츠 강국이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대한 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 등 여러 스포츠 단체가 관련된 스포츠계의 제도적 문제점이 제시되면서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스포츠 공정을 침해하는 사건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포츠공정위원회와 스포츠윤리센터가 설치되었다.

먼저 스포츠공정위원회는 2015년 대한체육회 감사결과 스포츠공정 강화를 위해 대한체육회가 제시한 자구책으로 제시한 제도이다. 상벌위원회의 역할에 관련된 제규정의 제정 및 개정, 스포츠 분쟁 조정 등의 몇가지 역할을 더한 것으로써, 여전히 스포츠 비위자에 대한 징계와 관련된 사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스포츠윤리센터는 2020년 故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계의 인권침해에 대해 스포츠계 자정능력의 한계를 목도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체육진흥법」을 법적 근거로 설립된 기구이다.

센터는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 비리근절을 목적으로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조사권, 징계요청권 등을 가지고 있으며, 사전적 예방 조치로 스포츠 인권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에 있다.

두 기구는 스포츠가 가지는 공정이라는 가치를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스포츠 비위자를 조사하고 징계하는 등 스포츠 공정강화를 위해 일정한 행위를 할수 있다. 이에 필연적으로 두 기구의 역할이 중복되는 부분이 발생한다.

이에 수범자의 입장에서는 중복규제의 위험성에 노출될 수도 있고, 나아가 두 기구간의 완력싸움으로 번질 수도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스포츠 업계의 문제를 스포츠라고 하는 자치분야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곤란하다. 스포츠는 모든 국민과 무관하지 않은 분야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같이 마이너리그 등 다양한 리그가 아닌 단일 리그 체계에서 불공정한 분쟁 해결이 발생하면 그 자체로 스포츠 참가의 한계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피조물이 창조주를 닮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25살의 인간은 사회적, 심리적, 생물학적 측면에서 많은 의미를 가지며 25세의 연구법인도 그러하다.

뇌 과학에 따르면 인간의 전두엽(특히 의사결정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부분)은 보통 20대 중반에 완전히 발달한다고 알려져 있어 이는 25살이 심리적, 정신적 성숙의 중요한 단계임을 의미한다.

이에 25세의 연구법인도 이제는 스포츠 법학이 어떤 것인지, 무엇이 법학이 개입할 부분이고 아닌지 스포츠의 특성을 충분히 분야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겠다. 인간의 25살은 사회적으로 본격적인 독립적 삶을 시작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스포츠 법학 역시 이제 사회가 던져주는 쟁점에 대해 그때마다 임기응변 연구를 하기 보다는 장기적 기조를 담아 분야별 연구자들간에 자주 소통하고 진정한 스포츠 업계의 고민을 우리나라의 방식대로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성숙성을 가지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6대 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남기연 회장의 25주년 기념으로 분과위원회를 발족하고 제1분과 e스포츠 분과의 학술대회를 지난 13일 개최한 것은 스포츠학과 스포츠법학에 있어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e스포츠는 게임에 대한 시선의 연장선상으로 제대로 그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런 가운데 '카나비 사건'과 같이 e스포츠 계약 문제, 선수 권리, 그리고 팀 운영 등의 불공정성 외 다양한 우리나라의 젊은 스포츠 전문인력을 해외에 빼앗기거나 제대로 그들의 기량을 존중해주지 못하고 있다.

사람나고 법 있는 것이지 법나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과 e 스포츠는 소중한 문화가 되었고 문화는 누군가에게 대중적 판단을(이를테면 사행성, 중독문제 등) 받을 대상이 아니다.

그밖에도 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는 분과 연구모임을 활성화하여 보다 깊이 있는 분야의 연구자 소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많은 문화권에서 25살은 청춘의 절정을 의미하며,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다"라는 자각을 하게 되는 시점이다. 이제 우리 스포츠 법학회는 25주년을 맞아 더 이상 스포츠의 공정성 강화 문제는 스포츠법을 연구하는 몇몇 학자들의 고민이 아닌 국민들 모두의 문화향유에 있어 공정질서 확장의 문제로 수용되어야 할 것이다.

※ 박정인 교수는 법학박사학위 취득후 공공기관에 근무하였으며, 이후 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 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초빙교수, 단국대 IT 법학협동과정 연구교수에 이어 단국대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로 있다.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교육부 저작권검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등 지식재산과 산업 보안, 방위기술 전략 등의 이슈를 다뤄왔다. 그 밖에도 여러 시민연대, 장애인연대, 청소년복지, 주거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로, 시민대상 역사문화해설과 문화재지킴이등을 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포츠법 책들을 차례로 저술하였고 발달장애인소프트볼협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장애인체육종목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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