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없는 목돈을 털어 덜컥 적금을 들어버린 기분입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서 끌어올려 주신 당선작은 제가 ‘시를 그만 써야지’ 생각하고 쓴 글이었습니다.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으면서도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제가 싫었습니다. 시의 기초도 모르면서 대단한 것을 써내고 싶은 욕심이 저에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끄럽고 화가 났습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기억해 두고 싶은 순간들, 다양하게 오래 불러보고 싶은 이름들이 있어서 시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어서, 솔직해지고 싶어서. 그래서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저를 믿어주시고 붙들어 주신 정끝별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격려를 들으면 제가 아주 소중한 존재가 된 것처럼 힘이 생깁니다. 제가 감히 시를 써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신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선생님들과 문예창작전공 문우들에게도 고맙습니다. 늘 선의를 가지고 저를 지켜봐 주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선후배동료들과 선생님들께 특히 감사합니다. 저를 살게 한 모든 순간들, 풍경들, 인연들에 고맙습니다. 누구보다도 우리 캡틴, 진심 어린 사랑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시는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아빠, 언제나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제 곁에 머물러주는 친구들에게 ‘시가 어렵기만 하지는 않음’을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서 기쁩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문학은 쓴 사람의 진심이 담긴 삶의 궤적입니다. 오래 지켜보면 사랑하게 되고 믿어보고 싶게 되고 의지하게 되는 것이 시이고 사람입니다. 어떤 모임에서도 ‘잘’ 쓰는 축이 아니었던 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하게 하고 이 세계에 정붙이게 한 것이 문학입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줄 알았던 것을 특별한 관심으로 새기는 일, 그것이 시쓰기라고 믿습니다. 시의 순간으로 하여금 여러분 모두의 일상에 희망과 위안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저도 힘내어 정직하고 성실하게 글쓰며 살겠습니다.
안수현
△ 1998년 출생
△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문예창작학과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졸업, 박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