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10번째 문화예술세계총회…"국제적 예술연대 출발점 자리매김"

2025-06-02

인공지능(AI)과 기후위기, 공동체 해체 등 인류 위기에 대한 문화예술의 역할을 고민한 제10차 문화예술세계총회가 4일 간의 여정 끝에 30일 막을 내렸다. 93개국 400여 명의 문화예술 전문가가 참석한 이번 총회는 국제적 차원의 문화정책과 실천적 연대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는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예술위원회 및 문화기관 국제연합(IFACCA)이 공동 주최한 이번 총회는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렸다. 서울은 202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총회 이후 회원국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아 차기 개최지로 결정됐다. ‘문화예술의 미래 구상’을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62개국에서 온 104명의 연사를 포함해 93개국 400여 명의 문화예술 전문가가 함께 했다.

핵심 화두는 AI였다. 총회에서는 AI가 예술에 미치는 영향과 불확실한 시대 속 인간의 고유한 서사와 예술가의 주체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 논의가 이어졌다. 원주민 출신의 AI 윤리학자 마이클 러닝 울프는 “AI가 위험한 이유는 지능형이어서가 아니라 어리석기 때문”이라며 데이터 착취와 언어 표준화가 초래할 다양성의 위기를 경고했다. 그는 원주민 언어의 다중합성적인 특성을 언급하며 영어 기반의 표준화된 모델로는 이를 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I의 작동 방식이 지적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이는 과거 식민주의적 착취와 닮아 있다는 경고도 했다.

‘급변하는 시대, 문화의 미래 전망’을 논의한 통합 세션에서는 오늘날 문화의 본질을 묻는 논의도 이어졌다. UN문화권 특별보고관 알렉산드라 잔타키는 “문화는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삶의 방식이며 자유”라며 “문화가 권력의 정당화가 아닌 인류성과 정체성 회복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성에 대한 저항에 맞서는 정책과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권 보장을 미래 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오늘날 기술의 발달로 오히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커졌다. ‘한국 예술과 문화의 탄력적 미래상 : 비판적 고찰’ 세션에서는 AI의 예측 능력이 인간의 상상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예술이 인간 고유의 감성과 상상력을 지켜내는 실험의 장이 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번 행사는 발표·토론 중심의 국제회의의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예술과 정책, 문화체험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기획됐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바람’을 주제로 △보자기 도시락으로 시작된 전통적 환대 △미술관 투어를 통한 전통과 현대를 잇는 한국 예술 체험 △K-POP 응원봉 문화를 보여준 개막 만찬과 단오를 모티브로 한 잔치 컨셉의 퍼포먼스 △대학로 거리 및 음식 문화 체험 등을 선보여 이번 총회가 참가자들의 기억 속에 ‘한 줄기 바람’처럼 오래도록 머물도록 구성됐다.

크리스틴 다니엘슨 IFACCA 이사장은 “서울 총회는 선언을 넘어, 9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장관급 세계회의인 몬디아컬트(MONDIACULT 2025) 등 국제 논의에 기여할 실질적 출발점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정병국 아르코 위원장 역시 폐막 연설을 통해 “이제 우리는 질문을 넘어 실행과 연대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문화 예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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