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가 영입하고 진영 안가린다”...인사 1원칙은 '실용'

2025-06-23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9일째인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등 혁신성장을 이끌어야 할 부처 수장으로 IT업계 최고 민간 전문가를, 국방부는 처음으로 민간인 출신 후보자를, 농식품부는 지난 정부 장관을 유임하는 등 파격을 선보였다.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인 실용주의가 인사에 있어서도 제1원칙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달 4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는 LG, 네이버 출신의 민간 전문가를 지명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LG유플러스,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장 등을 역임하고 초대 LG AI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2021년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발표한 이후 2022년 엑사원 3대 플랫폼을 연이어 선보이며 국내 AI 개발을 이끄는 연구자이자 기업인으로 꼽힌다.

한성숙 중기벤처부 후보자는 네이버(주) 서비스본부 총괄 부사장에 이어 대표이사를 지낸 대표 여성 IT 전문가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지내는 등 업계에서 구심점 역할도 해왔다.

이번 인사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에 이어 또다시 민간 출신 전문가가 정부에 몸담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AI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시급 과제로 보고 있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년, 10년 후 한국의 성장을 이끌 동력이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이라면서 “민과 관의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려는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정부가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은 파격으로 읽힌다. 송 장관은 지난 정부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처리한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농업 민생 4법'에 대해 거부권을 건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송 장관의 유임은 보수 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실용주의에 입각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안규백 의원은 첫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 출신 국방부 장관이 계엄에 움직였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20년간 국방위원회에서 많은 부분을 보냈던 안 후보자가 군 개혁을 이끌고 계엄을 통해 상처받은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라고 했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인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두 번째 통일부 장관을 역임해 여권에서 대북·통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보훈부 장관 후보자인 권오을 전 의원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서 15, 16, 17대 의원을 지냈고 국회 사무총장,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번 대선 때 보수 인사로 영입, '이재명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환경부 장관 후보자인 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에너지 전문가다. 기후·에너지 신설 등 이 대통령의 관련 분야 공약 설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인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돌봄, 아동복지, 보편적 의료 정책 비전을 총괄했다.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도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북극항로개척추진위원장을 맡으며 이 대통령의 해양 관련 공약 수립을 주도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김영훈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내정됐다.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 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새 정부의 주요 공약 이행에 있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관세 등 통상문제와 중동 현안 등에 대처할 적임자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중동 분쟁 등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흐르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청문 절차 등이 빠르게 진행돼 당면 위기에 내각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관련 부처 장관 인선도 검증을 마치고 머지 않은 시간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정부 장관의 추가 유임 가능성을 두고도 현 정부 기조에 방향성을 함께하는 인사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