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52시간제 없으면 삼성전자가 'TSMC' 될 수 있나

경영계 정치권, 노동규제때문에 반도체 혁신 가로막힌다 주장 주52시간 폐지 목소리 연일 커져

실제 재직자들 노동규제 때문에 혁신이 없어지나 의문 이미 52시간 초과근무 가능한데...현실직시해야

요즘 삼성전자 위기론을 비롯해 반도체 업계의 위기로 인해 경영계와 정치권에서는 반도체 업종에 주52시간제 규제를 완화하거나 해당 업종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일부 보수 성향의 경제지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거들어 주52시간제가 반도체 혁신을 막는다는 보도를 연일 내놓는다. 일률적인 노동시간 규제로 인해 오히려 반도체 R&D 활동 등이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 그 요지다.

최근에는 대만 경제일보의 린홍원 기자의 저서 ‘TSMC, 세계 1위의 비밀’ 저서를 소개하며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이 반도체 R&D (연구개발) 24시간 3교대 프로젝트인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를 통해 24시간 밤샘근무로 2014년 당시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쳤다고 강조한다.

언뜻 보면 노동시간 규제에서 벗어난 것이 밤샘 노동을 한 것이 TSMC가 업계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뉘앙스처럼 내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상 언급하는 3교대 근무를 진행해도 주 52시간제는 충분히 지켜질 수 있다. 3교대 근무는 TSMC에서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 생산직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업무 형태다.

언급한 3교대 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주52시간제과 같은 노동시간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보다 3교대 근무를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더군다나 밤, 새벽 시간대에도 근무해야 하는 3교대 근무 노동환경이 인체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 역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를 보상할 수 있는 성과금 같은 유인책 역시 노동자가 업무에서 자기주도적으로 혁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실상 현재도 반도체 일부 직무에서는 주52시간제를 초과해 근무가 가능하다. 지난 2022년 고용노동부는 최대 3개월간 주 64시간까지 근로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 업종을 포함해 소재, 부품 및 장비의 연구개발 등을 하는 경우 고용부 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연장이 가능하다. 근로기준법에도 선택근로시간제, 탄력근무제, 재량시간제 등을 활용해 근무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에는 근로자 동의가 필요한데 실제 일하는 재직자 사이에서는 사실상 사측 눈치에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 S사 재직자 A씨는 “말로만 노동자 동의지 자의적인 동의라고 볼 수 없다”면서 “그런데도 주52시간제 폐지 얘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대놓고 부려먹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푸념했다.

지난 달 전국삼성전자노조는 관련 논평을 내고 “삼성전자 직원들은 이미 주말특근과 연장근무를 강요받고 있다”며 “경영진의 전략 부재와 무능을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업무에 임하는 노동계와 이렇게 시각이 다르다면 경영계와 정치권은 주52시간제를 무조건 때리기 앞서 반도체 혁신이 정말 무엇에 가로막혀 있는지 성찰해야 할 때가 아닐까.

[녹색경제신문 = 조아라 기자]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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