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운하를 탐내고 있습니다. 운하의 통제권을 중국이 쥐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 작은 운하에 집착할까요? 그의 말대로 파나마운하는 정말 중국이 운영하고 있을까요? 파나마운하가 어떻게 생겨났고, 운영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리해보았습니다.
파나마운하는 이름대로 파나마 영토 한가운데를 지나는 운하입니다. 약 82km인데, 중동과 아프리카 대륙 사이 수에즈 운하(약 193km)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길이입니다. 그러나 태평양과 대서양·카리브해를 잇는 거점으로, 전 세계 물동량 5~6%가 지나갑니다. 2023년 10월부터 1년간 미국 선박(1억5706만t·74.7%)의 물동량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중국 국적 선박(4504만t·21.4%)이 많았습니다. 일본(3373만t)과 한국(1996만t)의 선박도 각각 3, 4위 물동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파나마운하의 건설 시점은 프랑스가 한창 식민지를 확장하던 18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배가 이동하려면 남미의 아래쪽으로 빙 돌아서 갈 수밖에 없던 시절입니다. 이 때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수에즈 운하 건설을 기획한 페르디낭 드 레셉스는 1881년부터 파나마운하 건설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전염병, 자금 부족 등 문제로 8년 만에 건설이 중단됩니다.
1900년대 초 미국은 프랑스가 소유한 땅을 매입해 공사를 재개했습니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섞인 끝에 파나마운하는 1914년 완공됐습니다. 33년간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흙이 무너지거나, 전염병이 돌면서 약 2만750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개통 초기, 이 운하를 운영한 나라는 원래 미국이었습니다. 파나마가 콜롬비아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도운 시어도어 루스벨트 당시 미 행정부가 1903년 파나마 정부와 ‘헤이-뷔노 바리야 조약’을 맺어 통치권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냉전 시기 남미에서는 반미주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파나마의 독재자 오마르 토리호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파나마 운영권 환수를 주장하면서 국제 사회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은 1977년 파나마와 ‘파나마 운하의 영구적 중립성과 운영에 관한 조약’(파나마 운하 조약)을 맺습니다. 조약에는 미국이 운하 통제권을 1999년까지 점차 파나마에 넘기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조약을 맺기 전 당시 미국 보수파들은 “반미 세력에 미국의 전략적 자산을 넘기는 항복 행위”라며 운영권을 넘기는 것을 격렬히 반대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운하 지대에는 미군의 물류·통신·연구 시설이 있었습니다.
파나마가 운하를 인수하고 약 25년이 흐른 뒤, 트럼프 대통령은 운영권 환수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중국이 (사실상) 파나마운하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중국에 준 게 아니다. 되찾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운하를 되찾아오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주권 침해”라며 반발했습니다. 운하를 중국이 운영한다는 주장도 ‘거짓’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물리노 대통령의 말처럼, 파나마운하 운영권은 파나마 정부 소유의 파나마운하청에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은 경제 이니셔티브인 일대일로를 중남미로 확장하면서 미국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파나마는 2017년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다시 맺었습니다. 같은 해 중남미 나라 중 최초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동참했습니다. 중국의 민간·국영 기업은 크루즈 선착장, 운하 위 다리 건설 등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공세를 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파나마운하에 인접한 5개 항구 중 각각 태평양, 대서양에 있는 발보아와 크리스토발항구는 홍콩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가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CK 허치슨은 네덜란드, 영국 등 24개국에서 53개 항구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영 항만회사입니다. 뉴욕타임스는 국가안보법이 홍콩에도 적용되면서 중국 정부가 이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파나마운하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메리카 프로그램 국장 라이언 C 버그는 중국이 해운과 해상 운영을 통해 외국 정보를 수집하고 첩보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