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6조 순손실 HUG, ‘미분양 환매 상향’에 재무 리스크 더 커진다

2025-12-18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상한가를 높이기로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세보증금 사고에 따른 대위변제 등으로 누적 순손실만 6조7000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분양 매입 부담까지 겹칠 경우 HUG의 재무 안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7일 HUG가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의 아파트 매입가 상한을 분양가의 50%에서 60%로 상향키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은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준공 전 단계에서 HUG가 매입해 건설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다. 건설사는 해당 자금으로 대출 상환이나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으며, 준공 후 1년 이내 수분양자를 확보해 매입가와 금융비용을 상환하면 아파트를 다시 매입하는 구조다. 기한 내 환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유권은 HUG로 이전돼 공매 등으로 처분된다.

이번 조정으로 매입가 상한은 높아졌지만, 아파트이면서 감정평가액이 분양가의 70% 이상일 경우에만 적용되는 기존 조건은 그대로 유지됐다. 조건을 손대지 않은 채 매입가 비율만 조정한 셈이다.

업계는 지방 미분양 단지 상당수가 감정평가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제도 활용이 가능한 단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가 낮거나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된 지역일수록 적용 가능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기존 매입가 상한이 50%였을 당시에도 제도 활용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만큼, 이번 상향 조정 역시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준공 전 매입을 통해 단기 유동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수분양자 확보에 실패할 경우 재매입 의무와 금융비용 부담이 다시 돌아오는 구조라는 점에서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분양이 장기화될 경우 자금 회수 지연과 추가 비용 부담이 누적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제도 실효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미분양 리스크가 상당 부분 HUG의 재무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급증한 영향으로 2022년 4087억 원, 2023년 3조8598억 원, 2024년 2조519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3년간 누적 순손실 규모는 약 6조7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세보증 사고 발생 시 세입자에게 대신 지급한 대위변제액도 약 6조 원에 이르렀다. 반면 채권 회수 금액(일반·특수채권 회수 실적 및 자기주식 취득금액 합계)은 1조5000여억 원에 그치며 현금 유출 부담은 크게 확대된 상태다.

이처럼 재무 여력이 악화한 상황에서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 확대는 HUG의 재무 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는 2028년까지 총 2조4000억 원(1만 가구)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올해는 7200억 원, 3000가구 규모의 사업이 추진됐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HUG에 약 25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지원했으며, 나머지 4700억 원은 HUG 자체 재원이나 채권 발행으로 충당했다.

해당 사업은 환매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재무 부담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지방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환매가 지연되면서 HUG가 미분양 자산을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구조다. 실제로 1·2차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 공고는 신청자 부족으로 수시 접수 방식으로 전환됐고, 두 차례 연장에도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전세보증금 사고로 인한 대위변제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분양 매입 리스크까지 동시에 확대될 경우 공공 보증기관의 재무 안정성이 구조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분양 해소와 건설사 지원을 명분으로 한 정책 조정이 결과적으로 공공기관과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세보증 구조 개편 없이 단기 처방을 반복할 경우 ‘땜질식 대응’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의 일시적 상한 조정보다는 전세보증 제도 전반과 공공 보증기관의 재무 여력을 함께 고려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전세보증 사고에 따른 대위변제 부담과 미분양 매입 리스크를 동시에 HUG가 떠안는 현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책을 확대할 경우, 공공기관 재무 부담만 누적되고 시장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HUG의 현재 재무 상황을 봤을 때 이번 사업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보증과 미분양 문제를 각각 단기 처방으로 접근하기보다 주택시장 전반을 고려한 책임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HUG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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