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 고등교육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 2024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대학교육지수는 전년 대비 상승하며 12위를 기록했고, QS 세계대학평가에서는 국내 5개 대학이 100위권에, 7개 대학이 200위권 안에 포함되었다. 2000년대 초반 “세계 100대 대학에 한 곳이라도 진입시키자”는 목표로 시작된 정부와 대학의 공동 노력이 이제는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는 STUDY KOREA 300K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단순한 유학생 수 확대를 넘어서, 한국을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첨단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인구절벽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에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우리나라와 달리 동남아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등 세계 고등교육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적 여건 개선과 더불어 해외 유학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등록금 인상, 캐나다의 취업비자 제한 같은 정책 변화는 한국 유학의 매력도를 상대적으로 높여주고 있다.
이번 정책의 주목할 점은 '지자체 중심 전략'이다. 기존에는 개별 대학이 자체적으로 유학생을 유치했다면, 이제는 지역 산업과 연계해 지자체가 필요한 인재를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유학생의 수도권 집중도는 46%에서 44%로 다소 완화되고 있고, 지자체들도 지역 특성을 살린 유학생 정주 지원 정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QS 세계대학 순위다. 국내 일부 대학은 QS의 평가 기준이 한국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지만, 현실적으로 QS 순위는 대학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이자, 해외 인재 유치의 중요한 기준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장학생의 유학 대상지를 정할 때 QS 500위 대학 여부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현재 한국은 QS 200위 안에 7개 대학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일본(7개), 중국(9개)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QS 500위 대학 수를 비교하면 중국은 23개교, 한국은 13개교에 불과해 격차가 존재한다. 이미 100위권에 5개 대학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1000위권 안에 들고 있는 주요 사립대 및 국립거점대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QS 500위 대학 20개'는 충분히 도전 가능한 목표다.
QS 평가지표에는 유학생 수, 외국인 교원 수, 국제 연구 협력 등 다양한 국제화 지표가 포함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외국인 유학생의 학업지원을 위한 한국어교육강화와 함께, 내실 있는 영어 강의 확대와 교환학생 프로그램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는 국내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로도 이어진다. 2013년 이후 감소하던 외국인 교수 수도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유학생이 모국에서 교수가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유학생 유치와 교육의 질 향상 모두에 긍정적 순환을 일으키는 좋은 사례다.
지역의 산업과 연계된 유학생 유치 정책과 함께, 각 지역에서 QS 500위권 대학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한국 고등교육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전세계의 미래세대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목표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