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기준 75세로 올리면, 64세는 기초연금 10년 늦어져 [임계점 온 고령 기준]

2024-10-27

65세에 받기 시작하는 복지 수당과 서비스는 20개이다. 기초연금·지하철 무임승차·진료비 경감 등이다. 노인 연령 기준을 정한 법은 없고, 기초연금법·노인복지법 등 여러가지 법률에서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제안대로 1년마다 노인 연령을 한 살 늦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만 64세는 내년 기초연금을 못 받고, 지하철을 공짜로 못 탄다. 장기요양 서비스를 못 받고, 동네의원 외래진료비 경감을 못 받는다. 틀니·임플란트 치료 지원을 못 받고, 코로나19 예방 접종비를 내야 한다. 이런 일이 내년 한 해로 끝나지 않고 75세까지 10년 이어진다. 63세는 11년, 62세는 12년 기다려야 한다.

가장 영향이 큰 것은 무임승차이다. 새로 65세가 되는 고령자가 모두 해당한다. 서울·부산·광주·대전·대구·인천의 65세(2023년) 이상 전체 노인은 400만명, 지난해 새로 65세가 된 사람은 30여만명이다. 올해, 내년에 더 늘어난다. 노인 기준을 66세로 올리면 한 해 30만~40만명이 무임승차 대상에 들지 못해 교통비를 써야 한다. 첫 해 400억원, 이듬해 800억원, 이런 식으로 교통비를 본인이 낸다.

서울 광진구 신모(63·대학 강사)씨는 "혜택이 절실한 사람이 있겠지만 60대는 나이가 더 많은 노인보다는 여유 있는 편이니 무임승차 등의 혜택이 없어져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종로구 김모(71)씨는 "전철 타고 꽃 배달하는 노인이 굉장히 많은데, 차비 내면 얼마나 남겠느냐. 원룸 주택에 월 30만~40만원 내고 사는 노인이 많다. 지금도 힘들어 하는데 전철이라도 그냥 타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2022년 기초연금 수급자 중 65세는 약 38만명,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65세 노인(올해 8월 기준)은 2만 2938명이다. 최소한 이 규모 이상이 당장 혜택을 못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65세 이상 노인이 동네의원에 가면 외래진료비를 경감받는데(지난해 350억원) 이런 혜택도 사라진다. 65세에 맞춘 복지 혜택 20개 모두 이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런 탓에 본지 인터뷰에 응한 일부 고령자는 노인 기준 상향에 찬성하다가 '복지 축소' 얘기를 듣고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충북 청주시 김모(63·여·아이 돌보미)씨는 "70세 정도가 노인이 적합한 것 같다. 그러나 기초연금이나 무임승차가 사라진다면 (연령 상향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부의 월 소득이 200만원 안 된다. 기초연금을 손꼽아 기다린다"며 "기차ㆍ통신 요금 할인, 노인 일자리 등이 나 같은 사람들에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무임승차를 당분간 유지하되 횟수·시간대를 제한하고 진료비 할인 폭을 축소하자"고 말했다. 부산광역시 박모(63)씨는 "보편적 복지 지원보다 생활수준을 고려해 조정하는 게 공평하다"고 말했다.

연령 상향으로 복지 혜택을 못 받게 되면 중하위 계층의 빈곤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중구 이규태(60)씨는 "노인 연령을 올려 줄어든 복지 재정을 여기에 쓰자"고 말했다. 김영선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는 "노인 기준 상향에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그저 기준만 올려서는 ‘75세까지 각자도생하라’는 얘기가 될 수 있다. 노인 빈곤율, 직장 은퇴 나이(약 51세), 실질 은퇴 나이(약 73세)를 고려해야 한다. 여유 있는 계층은 사회보장 기준이 바뀌어도 별 상관 없겠지만 기초연금 등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ㆍ문상혁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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