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가르치지마" 공문 보낸 의협…엑스레이·레이저 놓고 연속 충돌

2025-11-26

의사와 한의사가 엑스레이(X-ray) 사용을 놓고 연일 충돌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최근 산하단체에 한의사 대상 강의를 중단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 19일 '한의사 대상 연수강좌 및 한의대 출강 금지 협조 요청' 공문을 대한의학회, 26개 전문학회, 각 시도의사회 등 12개 산하단체에 발송했다. 의협은 공문을 통해 "학문적 차원의 강의가 '한의사도 의과 의료기기와 의과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는 주장에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의계의 무분별한 의과 영역 침탈에 악용될 여지가 없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의협의 한의대 출강 제한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과 2015년·2020년 등에도 의협은 의대 교수의 한의대 출강을 금지해 달라고 각 학회에 요청했다. 당시에도 의료기기 사용 문제 등을 둘러싼 직역 간 영역 다툼이 이어졌는데, 최근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권 확보 논의가 재점화하면서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의사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강의 나가는 의대 교수를 신고해야 한다", "제명 조치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의협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되자 이를 '악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엑스레이 이어 레이저도…의사 vs 한의사 '영역 전쟁'

최근에는 레이저 미용 시술을 둘러싼 충돌로 이어졌다. 이달 초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한의사 A씨의 국소마취제 사용과 레이저·초음파·고주파 의료기기 시술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 계기가 됐다.

A씨는 환자에게 국소마취제를 도포한 뒤 레이저 의료기기로 미용 시술을 했다가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사용한 마취제가 의사 처방 없이도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고, 레이저·초음파 기기가 한의학 교육과정에서 사용된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3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는 "의료체계의 근간을 정면으로 훼손한 중대한 판단 오류"라며 "한의사가 미용 시술을 명목으로 의료행위를 수행하고 대가를 수수한 건 무면허 의료행위 및 한의사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한의사의 국소마취제 및 피부·미용 의료기기 사용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고 반박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크림형 일반의약품, 피부·미용 의료기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실질적인 사용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료법에 의료인 업무영역과 관련한 구체적인 개념 규정이 없어 의사와 한의사 간 분쟁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동대문경찰서는 A씨에게 내린 불송치 결정서에서 "의료법에 따른 한의사 업무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는 규정 외 의료행위의 내용에 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법원 판결과 진료 프로세스는 별개의 문제"라며 "법원이 허용했다고 해서 가능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 피해가 없도록 적절성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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