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영화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대형 배급사들의 연간 라인업 축소, 중소 배급사의 적극적인 제작,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시장의 판도를 주도할 전망이다.
2024년 한국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 수는 약 1억 2312만 명으로, 전년도 1억 2513만 명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억 2667만 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관객 감소는 대형 배급사들의 신작 라인업 축소로 이어졌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 플러스엠 등 5대 배급사의 신작은 총 21편에 그쳤다. 이는 산업 전반의 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CJ ENM은 '어쩔 수 없다'와 '악마가 이사왔다' 두 작품만 준비하며 큰 폭으로 라인업을 축소했다. 쇼박스는 '먼 훗날 우리', '폭설', 그리고 개봉 대기 중인 '모럴해저드'(가제)를 극장에 선보인다. NEW는 '검은 수녀들'과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 두 편에 집중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각각 7편의 신작을 준비하며 상대적으로 많은 작품을 선보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전지적 독자 시점’과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여름에 개봉하며, '부활남', '스트리밍', '연의 편지', '정가네 목장', '행복의 나라로'(가제)를 올해 준비 중이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을 시작으로 '말할 수 없는 비밀' 배급 대행을 포함, '백수 아파트', '야당', '얼굴', 열대야', '파반느' 등을 선보인다.
대형 배급사들의 라인업 축소는 단순히 ‘상영 영화 편수의 축소’가 아니다. ‘극장의 위기’ ‘영화 산업의 위기’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언급됐고, 실제로도 극장 관객수가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축이 무너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대형 배급사들이 몸집을 줄이는 사이 중소 배급사들이 중급 영화들로 올해 라인업을 채운다. 바이포엠스튜디오는 '히트맨2', '노이즈', '태양의 노래', '안아줘' 등 7편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는 '침범', '베란다', '슈가', '파과' 등 9편을 선보이며 다작 중심의 전략으로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중소 배급사의 움직임은 대형 배급사의 라인업 축소로 생긴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며, 창의적이고 다양한 장르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2025년 3월 개봉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은 단연 올해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와 협력해 제작된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첫 SF 도전작으로, 전작 '기생충' 이후 약 6년 만의 복귀작이다. 글로벌 스케일과 깊이 있는 서사를 결합해 침체된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25년 한국 영화 산업은 팬데믹 이후 지속된 관객 감소를 극복하고, 극장의 경쟁력을 회복하며, OTT 플랫폼과의 공존 속에서 극장만의 특별한 경험을 관객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형 배급사의 안정적 전략과 중소 배급사의 창의적 도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다시 한번 한국 영화를 글로벌 무대에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