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데츠오타

2024-10-04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당 총재에 당선되고 102대 일본 총리에 취임했다. 이시바 총리가 어떤 인물인지 여러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데츠오타’라고 소개된 기사도 많았다. 한국의 철도 마니아에 해당하는 데츠오타는 데츠도(철도) 오타쿠의 줄임말이다. 일본에는 데츠오타가 많은데 이시바 총리처럼 타는 것을 즐기는 사람, 사진 찍는 것을 즐기는 사람, 두꺼운 시간표를 애독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일본에서는 승강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전철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시바 총리는 1986년 돗토리현에서 출마해 중의원에 당선했다. 당시 29세로 최연소 국회의원이었다. 이때부터 돗토리와 도쿄를 왕복했는데 침대차를 애용했다고 한다. 이시바 총리가 데츠오타 친구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영상을 봤는데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어서 나 같은 문외한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철도뿐 아니라 군사, 프라모델 오타구이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이나 아이돌에 대해서도 잘 아는 편이다. 돗토리현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캐릭터로 분장해 등장한 적도 있다.

군사 오타쿠라고 하면 위험한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는데 전투기나 전함의 모형을 좋아한다고 한다. 부인 요시코 여사와의 첫 데이트에서 영화 ‘연합함대’(1981)를 봤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시바 총리의 덕질에는 거부감보다 친근감을 느끼는 일본 국민이 많은 듯하다. 그냥 오타쿠였다면 일본의 정치를 맡겨도 되나 걱정하겠지만, 독서가로도 알려져 있고 출간한 저서도 많다. 나는 십수 년 전에 한번 그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천천히 신중하게 말하는 차분한 모습에 호감을 가졌다. 총재 선거에 다섯 번 도전한 끝에 당선됐는데, 일본 총리를 국민이 직접선거로 뽑았다면 좀 더 빨리 당선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데츠오타는 아니지만, 철도를 이용해 지방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시코쿠에는 신칸센이 없어서 천천히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이시바 총리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데츠오타가 지방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경영난으로 없어지는 철도가 많다. 지방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도마저 없어진다면 쇠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시바 총리의 철도에 관한 방대한 지식이 지방 활성화에 긴요하게 쓰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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