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로 줄어드는 전세대출 보증 비율…임대차 시장 이렇게 변한다 [윤수민의 부동산 Insight]

2025-01-17

지금에 비하면 해외여행이 활발하지 않았던 2000년대 초. 당시에는 국방의 의무를 마치지 않은 사람(병역의무자)이 해외에 나가려면 주변 사람들에게 ‘귀국보증서’를 받아 병무청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부모님 중 1인 및 부모님 외 보증인 1인에게 귀국보증서를 받아야 했는데, 보증인 자격도 ‘연간 재산세 등 부과액이 3만 원 이상인 사람’으로 제한해 관련 증빙서류를 마련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특히 ‘보증’이라는 말을 들으면 ‘패가망신’을 떠올리는 사회적 풍토로 많은 청춘이 해외여행을 포기하게 했던 이 제도는 2005년에 폐지됐다.

사람들은 왜 보증을 두려워할까? 통상적으로 금융에 대한 보증은 ‘채무자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때 보증인이 대신 책임을 질 것’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대차 시장에서는 보증이라는 단어가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임대차 보증금’, ‘보증보험’과 같은 단어처럼 전월세 시장에서는 보증이라는 단어가 모든 계약의 주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주택 금융의 측면에서 전세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주택도시보증공사(HUG)·SGI서울보증보험으로 대표되는 보증기관이 전세보증금에 대한 보증서를 발급하고, 금융기관은 이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다. 보증이라는 제도가 가진 위험성에도,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보증보험을 제공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임차인은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전세대출 보증을 사용했다.

사실 전세대출 보증의 역사는 길지 않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처음 전세대출 보증을 시작한 것이 2004년인 것을 고려하면 전세대출 보증의 역사는 2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규모는 200조 원을 넘어섰고, 전체 가계부채의 측면에서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아파트 시장부터 촉발된 ‘역전세’, ‘전세사기’가 보증보험 기관이 가진 ‘보증’의 리스크를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했다. 불문율로 여겨지던 전세대출 시장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국 금융당국은 올해 1분기 중 전세자금보증의 보증 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추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전세대출 시장에 대한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줄어들면 금융기관에서 판단하는 전세대출의 리스크가 증가하고, 이는 전세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100%에서 90%로 줄어든 만큼, 줄어든 10%는 일반적인 신용대출에 준해 검토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세대출 금리가 상승하면 임차인의 월세 선호는 더욱 강해지고, 임대차 시장의 월세 구조 변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앞으로 전세대출 보증 비율 감소 폭이 더 확대되고, 전세대출 DSR 규제까지 도입된다면 수요자들은 전세를 외면할 가능성이 더 크다.

월세 중심의 임대차 시장 개편은 단기적으로 전세를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투기 수요를 감소시켜 주택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주택 수급 불균형에 따른 월세 상승은 도시 내 슬럼지역을 증가시키고 지역별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 주택시장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주거지의 양극화는 급격한 사회적 비용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세대출 보증 비율 축소에 따른 개인 투자자의 장기적 대응 방안은 ‘주거지 선호가 높은 상급지 갈아타기’로 연결될 수 있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저렴한 지역에 주택 월세를 중심으로 하는 임대 주택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변화의 대응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말처럼,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잘 되짚어 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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