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업계 전반의 노동조건 향상"…IT위원회, '2025 공동요구안' 제시

2025-02-12

【 청년일보 】 화섬식품노조 IT 위원회(이하 IT위원회)가 올해 임금·단체교섭에서 최초로 업계 공동요구안을 도입하고, ICT업계 전반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연대해 나갈 계획이다.

IT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2025년 IT위원회 공동요구안 기자간담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조치위원회 설치, 분사·인수·합병(M&A) 등 기업 변동 시 노동자의 권리 보호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 요구안을 발표했다.

공동요구안은 IT·게임업계가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직장내 괴롭힘, 고용불안, 공정한 평가 등에 개별 업계 차원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서 마련됐으며, 궁극적으로 나아가 IT·게임 산업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 및 산업 내 건강한 노동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화섬식품노조의 활동으로 ICT·게임업계에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포괄임금제가 거의 다 퇴출됐다"며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ICT·게임 노동자들이라면 공통으로 겪고 있는 고용불안, 직장내 괴롭힘, 공정한 평가 등의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 업계 전반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또한 신 위원장은 "노조할 권리 확대로 작은 사업체 노동자, 사업체에 소속 안 된 개발 프리랜서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ICT 게임 소프트웨어 반도체 AI 개발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서도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부위원장(IT위원회 위원장,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IT위원회 소속 지회들이 그동안 개별 기업과 교섭을 통해 노동 조건을 개선해왔으나, IT·게임 산업 전반에서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교섭을 넘어 산업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공동요구안 제시는 IT·게임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것이다. 오로지 사람의 노동으로 돌아가는 업계에서 사람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오고, 그래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서비스와 게임도 만들 수 있다"고 올해 교섭에서 각 기업이 공동으로 요구할 '2025 공동요구안'을 마련한 배경을 밝혔다.

IT위원회가 제시한 공동요구안의 주요 내용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조치위원회 설치, 인사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평가 기준 공개, 경영상 이유에 따른 전환 배치 절차 개선, 분사·인수·합병(M&A) 등 기업 변동 시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절차 개선이다.

IT위원회 측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조치위원회 설치 조항을 제시한 배경으로 "업계 내 경쟁으로 인한 업무 압박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현행 법 상 괴롭힘 발생 시 조사 판단 주체가 모두 사용자이고, 사용자의 주관성 즉 괴롭힘에 대한 인식, 해결의지, 괴롭힘 당사자와의 관계 등이 조사와 판단에 개입할 여지가 있어 괴롭힘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직장 내 괴롭힘 조치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해 인재 중심의 산업으로 체계적이고 섬세한 인적 관리를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인사 평가 기준 공개 조항은 IT·게임업계의 화두인 '공정한 보상'과 연결되어 있다. 평가를 통해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공정한 보상'을 위해서는 인사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투명성이 보장 되어야 한다는 것이 IT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전환배치, 기업 변동 시 절차 개선 조항에 대해 오세윤 부위원장은 "회사 내 프로젝트 개편에 따른 전환배치가 수시로 발생한다. 또한 코로나 이후 업계의 정체기가 찾아오며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기업변동을 활용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고용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들이 안정된 토대 위에서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것이고, 그래야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절차를 개선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대 입장도 명확히 했다.

그는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IT·게임 산업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소진시키는 단기적 접근에 불과하다. 이는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업계 전반의 인적 토대를 취약화 하여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한다. 노동자를 갈아넣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노동자가 더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 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라"고 강조했다.

IT위원회는 올해 열리는 각 회사의 임단협 교섭에서 공동요구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섭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오 부위원장은 "우선 교섭에서 공동요구안이 회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것임을 설명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만약 교섭에서 합의점이 잘 찾아지지 않는다면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산별노조로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지난 2018년 네이버를 시작으로 넥슨, 넷마블, 배달의민족,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NHN, 웹젠, 한글과컴퓨터, 알티베이스 등 다양한 IT·게임 기업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하며, 산업 내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왔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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