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너3세' 시대를 연 한화의 유상증자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앞장서서 '지분승계'를 통한 완전 종식을 꾀했지만 일부 임원들의 계열사 '과다 겸직'이 꺼져가던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는 IR담당으로서 최근 불거진 유상증자 논란 해소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출신 한 전무는 2022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IR 부문을 전담하고 있다.
문제는 한 전무가 지주사인 ㈜한화를 포함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한화솔루션 등 한화그룹 주요 5개 계열사에 IR담당을 겸직하고 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모두 '오너 3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방산·에너지 부문 계열사다.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중 지주 회사나 핵심 계열사 IR임원이 다른 주요 계열사 IR임원을 겸하는 곳은 전무하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 관계자는 "(IR 담당자가 겸직을 하는) 기업들도 많이 있다"며 "절차상으로도 사내 이사회를 다 거친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IR담당' 한상윤 전무, 5개 계열사 겸직···여전히 들끓는 주주들
이런 상황에서 한 전무가 IR담당자로서 기업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남는다. 이미 주주들은 일방적인 한국 증시 사상 최대인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들끓고 있다.
주주들의 신뢰도 무너졌다. 과연 5개 계열사의 IR담당을 겸직하는 한 전무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로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들의 이익만을 대변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부회장은 지난 2022년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한 전무를 IR전담 임원으로 발탁했다. 1974년생 젊은 나이에 외부 출신임에도 에너지·방산 핵심 계열사의 IR 중역을 맡은 것은 그만큼 총수 일가의 신임을 얻고 있단 방증이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불과 며칠 사이 입장이 바뀐 한 전무의 발언도 의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당초 한 전무는 지난 2월 11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 인수와 관련 "자금조달 여부는 특별히 필요한 부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한화오션 지분 인수에 1조3000억원을 쓴지 일주일 만에 "지금 투자 기회를 놓치면 지금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려버린다는 경영진 판단이 있었다"며 유상증자 필요성을 역설했다.
금융당국 '제동'···과다 겸직 논란, 쟁점될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는 각각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1조 3000억원 규모의 계열사간 지분교환과 유상증자 간 연관성을 재차 요구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지주사를 비롯해 관련된 계열사 경영진의 겸직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 인사들이 개별 회사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느냐가 핵심이다.
승계 당사자인 김동관 부회장만 하더라도 현재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임팩트까지 4개사에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한화오션에선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실제로 김 부회장의 과다겸직 논란은 매년 주주총회 시즌마다 불거지는 이슈로, 의결권 자문사에서는 충실의무 저해 우려와 주주가치 훼손 이사회 결의 찬성 이력 등을 이유로 해마다 이사 선임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
이외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도 시스템 대표를 겸직하는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탭부서(회사 매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부서) 임원들은 타 계열사와 겸직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팽배한 겸직문화 속에서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실에 있는 임원들이 주요 계열사를 컨트롤하는 모양새"라며 "이런 조직 문화 속에서 주주들의 입장을 고려한 사업 방향성을 밀고 나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