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책임지는 대두, 지속가능성으로 승부 [쿠킹]

2025-03-25

오늘 내가 먹은 콩은, 어디서 어떻게 생산한 콩일까? 우리가 먹는 식품에서 국산 콩을 사용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6.14%(식품산업통계 원료소비현황)에 그친다. 나머지는 수입이란 이야기다. 지난 3월 17일 열린 ‘2025 U.S. 푸드 빈식용콩 바이어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콩 생산량은 연간 15만 톤 정도이고 수입하는 식용 콩은 29만1000 톤에 이른다. 수입 비중이 높은 나라는 미국이다. 수입 식용 콩 전체에서 72%를 차지한다.

한국인은 식품의 안전과 품질, 맛에 민감하다. 민감한 소비자를 상대하는 한국의 식품기업들은 미국대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Non-GMO 콩의 구분과 잔류농약 관리가 엄격하다. 아미노산 함량과 소화율이 높고, 단백질 소화를 저해하는 트립신 저해 인자가 적다. 또 두부나 두유처럼 식품으로 만들 때 생산 효율이 높다. 물류 시스템이 연중 안정적이고 투명한 무역 거래 관행이 확립돼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강점은 ‘지속가능성’에 있다. 덕분에 다른 생산국과 비교했을 때 탄소발자국 배출이 10배 이상 적다. 탄소 배출량을 명시한 인증서(SSAP)도 있으며,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 때 참고할 수 있는 인증 로고(SUSS)도 있다. SUSS 로고는 지속가능한 미국대두를 60% 이상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시작점에는 미국대두 농부들이 있다. 가족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행한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미국대두와 관련한 최신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 ‘U.S. 식용콩 바이어 컨퍼런스’에서 네브래스카주를 대표하는 미국대두위원회(United Soybean Board) 이사이자 농부 그렉 그레이빙(Greg Greving)이 첫 발표를 맡은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지속가능성이야말로 미국대두의 정체성과 같기 때문이다.

미국대두가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지속가능한 생산만큼이나, 대두와 대두식품의 효능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자료를 널리 공유한다는 점이다. 컨퍼런스에서 만난 SNI Global의 미셸 브라운(Michelle Braun) 박사는 “콩이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효능을 연구해서, 새로운 분야를 밝히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농부 그레이빙과 SNI(Soy Nutrition institute)의 브라운 박사를 만나 미국대두의 지속가능성과 건강한 삶을 위한 콩의 효능에 관한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기사는 두 사람이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과 인터뷰에서 답변한 내용을 같이 Q&A로 구성했다.

그레이빙 농부에게 드리는 질문이다. 네브래스카주에서는 대두가 얼마나 생산되나. 또 직접 운영하는 농장에서 어떤 작물들을 키우는지도 간단히 소개해달라.

그렉 그레이빙(이하 그레이빙): 네브래스카주에는 4만4300개 이상의 농장이 있다. 면적으로 환산하면 1780만㏊다. 주요 재배작물은 옥수수와 밀, 수수, 대두 등이다. 그중 팝콘 옥수수 생산 1위가 바로 네브래스카다. 대두는 미국에서 4번째로 많이 생산한다. 우리 농장에서는 대두와 상업용 옥수수, 씨 옥수수, 흰 옥수수, 팝콘 옥수수와 밀 등을 농사짓는다. 대체로 대두와 옥수수를 5:5로 파종한다. 농장 일은 두 아들, 그리고 네 명의 손자와 함께하고 있다.

아들에 이어 손주까지 대를 이어 농사짓는 일은, 한국 농부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그레이빙: 자부심이 크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손자들이 농장 경영을 맡아줄 것 같다. 지금 상황이 30년 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시 두 아들과 함께 작업실에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트랙터에 타서 함께 일하는 등 평소 아이들에게 농장의 소일거리를 주곤 했는데, 지금 손자들이 딱 그때처럼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제 아들은 장남이 44세, 차남이 40세다. 둘 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노력 중이고, 농장에 적용할 새 아이디어도 내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그레이빙: 작물을 해마다 바꿔 심는 윤작을 한다. 다양한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피복작물도 심는다. 다음 해 심을 작물이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땅에 영양을 공급하는 게 피복작물의 역할이다. 바람이나 토양침식을 예방해주기도 한다. 물론 피복작물이라 해도 조심스럽게 활용해야 한다. 어떤 작물이든 파종해서 식물이 뿌리를 내리면 땅의 수분을 흡수하는데, 피복작물과 주요 작물이 물을 두고 경쟁할 수 있어서다.

기술을 적용한 정밀농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그레이빙: 가변 비율을 조절하는 양분관리가 있다. 먼저 밭을 2.5에이커 단위로 나눠 토양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다. 그 결과에 따라 비료를 얼마나 줄지, 씨는 어떻게 파종할지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밭을 격자 모양으로 나눠 일종의 구역별 처방을 하는 거다. 토양이 비옥하다면 비료 살포를 줄이거나 없애고, 반대라면 그에 맞는 처방을 한다. 장기적으로 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는 100% 관개농업(경작지에 물을 직접 대는 농업)을 하는데, 이 일 역시 원격으로 통제한다. 지금은 물을 주는 시기가 아니지만, 이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바로 물을 줄 수도 있다. 보통 하루 2번 정도 확인하고, 그 외에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림이 온다. 비가 오는 날은 물을 줄 필요가 없으니 ‘OFF’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덕분에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2024년 작황은 어땠나. 2025년 계획도 궁금하다.

그레이빙: 2024년의 작황은 좋았다. 비가 많이 오다가 가물다가를 반복한 한 해였지만 전반적으로 대두 품질은 우세했다. 다만, 최근 날씨는 대체로 가문 편이다. 작년에는 수확을 시작한 8월 중순~10월 중순까지 비가 한 번도 오지 않아 수확 일정이 밀리지 않았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밤새 이슬이 맺히면 대두 안에 수분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슬 맺힘조차 없었다. 샘플에서 분석한 대두의 수분 함량이 9.7%(예년 13%) 정도였다. 비교적 건조한 대두를 수확했기 때문에, 오일과 단백질 함량은 우수했다. 단위 면적당 수확률은 과거 2년에 비해 소폭 떨어졌으나 양호한 수준이다. 올해는 대두와 옥수수를 5:5로 파종할 계획이다. 우리 농장은 대두를 조기 파종하는 편이다. 대두가 빨리 발아해서 일조량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수확률도 더 좋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대두의 생산성과 품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그레이빙: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기후다. 품질은 주로 품종이 좌우한다. 그동안 종자의 형질이 진화하고 발전돼 좋은 품종이 많이 나왔다. 즉, 지속가능한 농업이 생산성이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란 뜻이다. 올해는 내가 53번째로 씨를 뿌린 해다. 50년 전에는 밭에 직접 들어가 땅을 일구고 잡초도 뽑았다. 비중은 작지만 요즘도 이런 재래식 경운을 조금씩 실행한다. 주된 방법은 표토를 보존하기 위해 최소로 밭을 일구는 보존 경운이다. 이곳은 강수량이 많지 않다. 그래서 토양이 물을 많이 머금고 있지 않고 가볍다. 토양이 물이나 바람에 의해 침식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밭을 많이 갈면, 비가 와도 수분이 밭에 머물지 않고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은 부러 하는 일이 아니다. 나는 농부이고, 농부가 하는 일은 땅을 지키는 것이다. 땅을 지키는 방법이 지속가능한 농업일 뿐이다. 농장 운영에 있어 지속가능성은 농업의 기저이며 중요한 목표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못할 것이다.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기후라면, 앞으로의 기후변화를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

그레이빙: 기도밖에 없지 않을까(웃음). 매년 토양도 같고 품종도 같은데 날씨만 다른 상황이다. 요즘 날씨는 중간이 없다. 더 극단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네브래스카 평균 기후는 어떻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십 년 치의 이상기후 평균이 요즘 한 해의 기후와 같다”라고 대답할 정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최근 20~30년 동안에도 기후는 많이 변해왔다. 날씨 시나리오가 다양해지는 만큼 농부도 기후에 적응하고 진화해왔다. 예를 들어 30년 전에는 옥수수 파종기로 시간당 20~30에이커를 작업했다면, 요즘은 60~80에이커를 작업한다. 그만큼 장비도 진화하고 품종도 진화한다. 덕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브라운 박사에게 질문 드리겠다. 콩이 건강에 미치는 효능 중에서도,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진 분야는 무엇인가.

미셸 브라운(이하 브라운): 심장 건강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망 요인으로 꼽히는 게 심혈관질환이기도 하다. 1999년 미국 FDA는 콩 단백질 섭취가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 강조 표시(유용성 표시)를 승인했고, 2016년에는 캐나다가 같은 건강 강조 표시를 승인했다. 25g의 콩 단백질을 매일 섭취하면 L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콩은 HDL-콜레스테롤을 줄이지 않으면서 LDL-콜레스테롤을 줄여준다. 통계적으로도 임상적으로도 유의미한 결과들이 많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건강 효능은 무엇인가.

브라운: 심장은 중요하지만, 우리 몸 안에 있어 눈으로 건강을 확인할 순 없다. 가시적 효능으로는 ‘피부 건강’이 있다. 관련해서 2023년에 진행한 연구가 있다. 완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우유 단백질 카제인(30g)과 이소플라본 50㎎이 포함된 콩 단백질 30g(하루)을 각기 24주간 섭취해 피부 변화를 확인한 연구다. 그 결과 카제인 그룹과 비교했을 때 콩 단백질 그룹에 속한 여성의 피부 주름과 색소 강도가 유의미하게 개선됐고 피부 수분 상태도 훨씬 좋았다.

이소플라본은 잠재적 효능이 많지만, 동시에 부정적 이미지도 있다.

브라운: 이소플라본은 대두의 단백질 안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피토케미컬(phytochemical)’이다. 이소플라본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란 표현 때문이다. 여성 호르몬 중 하나인 에스트로겐과 똑같다고 생각해서다. 화학적 구조는 비슷하지만, 인체 내에서 전혀 다르게 발현하기 때문에 똑같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란 단어보단 ‘이소플라본’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오히려 이소플라본은 여성건강에 도움을 주며, 그밖에도 많은 건강상 이점이 있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이소플라본을 가공하면 함량 변화가 있다고 하던데.

브라운: 이소플라본에는 다양한 하부 폼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다이제인(daidzein)이다. 대두 가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서브 폼의 함량과 종류가 달라진다. 대두를 식품으로 섭취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가공에 따른 서브 폼의 종류와 함량보다는 콩 자체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의 함량에 있다. 그리고 대두를 먹은 사람의 소화 능력, 그러니까 대사 능력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긴다. 또 재배환경도 콩의 이소플라본 함량에 영향을 미친다. 작물이 생장 과정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느냐 여부에 따라 함량이 다를 수 있다.

서양인의 콩 섭취 방법은 동양과 좀 다르다던데.

브라운: 미국에서는 콩을 자신들에게 익숙한 형태로 만들어 섭취한다. 단백질을 추출해서 정제한 분리 단백질이나 기름의 형태로 만든 다음, 가공식품의 원료 중 하나로 섭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분리 단백질이 들어간 음료나 스낵을 먹거나, 콩고기로 만들어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섭취하는 식이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다양한 식단을 시도하고 있어서, 전두로 먹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따라서 대두의 영양과 건강에 관한 연구는 아시아 쪽 연구가 더 많다. 문화적으로도 아시아가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고, 연구결과에도 건강상의 이점이 잘 드러난다. 미국은 대두 식품을 적게 먹는 사람과 아주 적게 먹는 사람이 분포한 곳이라, 사람들이 대두 식품을 얼마나 섭취하는지에 관한 데이터도 아직 정확하지 않다.

두 분께 드리는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 소비자에게 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브라운: 만성질환 유병률은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 대두가 건강에 미치는 효능에 관한 연구를 많이 진행하는 이유기도 하다. 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새로운 분야를 밝히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또, 미국인에게는 콩과 관련해 더 많은 미식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아시아, 그중 한국에서는 오랜 기간 콩을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해왔기 때문에, 좋은 정보를 교환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그레이빙: 동남아로 출장을 갔을 때 만난 분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콘트랙트(contract: 계약)’보다 ‘콘택트(contact: 연락, 닿음)’를 소중하게 여긴다”라는 말이었다.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내가 농장으로 돌아갔을 때 다른 농가에서 “내 콩을 한국에 팔까?”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흔쾌히 그러라고 대답할 거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에서도 “미국 콩이 어때?”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여기 계신 분들이 “네브래스카 농부를 만나봤는데 괜찮아”라고 답한다면 한국에서도 미국 콩을 믿고 사주지 않겠는가. 이건 미국대두 업계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

2025 U.S.식용콩 바이어 컨퍼런스(2025 U.S. Food Bean Buyers Conference)

U.S. 식용콩 바이어 컨퍼런스(U.S. Food Bean Buyers Conference)’는 미국대두와 관련한 최신 정보를 긴밀히 상호교류하는 자리다. 한국이 수입하는 식용 콩은 연간 29만1000 톤에 이른다. 전체에서 미국대두가 차지하는 비율은 72%다. 이런 이유로 미국대두의 작황과 공급상황은 국내 식품기업에게 중요한 정보가 된다. 미국대두협회가 매년 봄마다 미국대두 공급사와 국내 식품회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이유다. 지난 3월 17일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2025 U.S. 식용콩 바이어 컨퍼런스’가 열렸다. 미국대두의 지속가능한 농업에 관한 설명을 시작으로 건강한 삶을 위한 ‘콩’의 다양한 효능,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재배면적 예상과 글로벌 대두 시장의 전망, 그리고 NON-GMO 식용 콩에 대한 현황과 전망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국대두 공급업체 7곳과 미국대두를 대표하는 전문가, 그리고 국내 콩 식품 업계 등 약 40여 개의 업체가 참여했다.

황정옥·이세라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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