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숨기는 대신 합성…데이터 규제 뚫는 K스타트업에 아마존도 '손짓'[스타트업 스트리트]

2025-07-02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이 왜 저희에게 먼저 연락을 했을까요?”

인공지능(AI) 데이터 기업 큐빅의 배호 창업자가 지난 달 3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스타트업 월드컵 2025’ 본선 발표에서 이 같이 질문을 던졌다. 현직 이화여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이기도 한 배 창업자의 도발적인 질문에 미국 실리콘밸리 VC인 만구스타 캐피털을 비롯해 삼성벤처투자,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등의 투자사 출신의 심사위원들이 일순간 주목했다.

배 창업자는 “AI 시대 기업들은 확보한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니즈가 있지만 데이터 규제 문제로 전체 데이터의 10%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공군에서는 외부 반출이 어려운 데이터를 큐빅의 솔루션을 통해 변환해 활용하고 있고 보험사 고객센터에서는 녹취된 음성 데이터를 프라이버시 보호가 적용된 형태로 변환해 고객 데이터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등 정보 보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AI) 데이터 합성 기업인 큐빅의 기술은 유럽 연합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 미국 의료정보보호법(HIPAA) 등 강력한 규제를 뚫을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이전에는 개인의 성별, 연령, 주소지 등 민감 정보를 모두 가린 채 데이터를 처리하다 보니 규정을 맞추려면 데이터 분석의 질을 포기해야 한다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큐빅의 경우 자체 기술인 정보 차등 보안(DP) 기술을 통해 이용자들이 정보들을 드래그해 넣기만 하면 최적의 노이즈(잡음)를 첨가해 아예 새로운 합성 데이터를 생성한다. 언뜻 겉보기에는 제3의 데이터가 되지만 원본 데이터의 특성과 분포를 그대로 유지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만든 합성 데이터는 해킹 등 외부의 적대적 공격이 일어난 경우에도 원본을 유추할 수 없어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서 자유롭다는 게 강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VC 페가수스 테크 벤처스 주최로 진행되는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피칭 대회인 스타트업 월드컵의 주 평가 요소는 글로벌 확장 가능성과 성장 잠재력이다. 이날 심사위원들은 큐빅이 가진 원천 기술의 우수성을 높이 쳐 우승자로 선정했다. 특히 금융, 의료, 제조 등 산업 구분 없이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 수요가 높아 글로벌로도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행사를 주최한 테페가수스 벤처스의 존 림 파트너는 "글로벌로 비교해도 압도적인 원천 기술력과 모두가 필요로 하는 분야다 보니 산업 전반에 확장성이 높다는 점도 강점이라 글로벌 진출에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월드컵 2025의 결승전 티켓을 얻게 된 큐빅은 오는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최종 우승 상금 100만 달러와 글로벌 빅테크 네트워크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PETs)을 포함하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소프트웨어 시장의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38억4000만 달러(약 5조2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32년 451억3000만 달러(약 6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35%에 달한다. 지난 3월 엔비디아가 데이터 합성 스타트업 그레텔을 인수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닿아 있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레텔의 최근 기업 가치(3억2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를 위한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한 엔비디아의 경우 AI 훈련용 데이터를 무한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자체 동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 창업자는 “그레텔의 경우 합성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영역이 표, 텍스트만 가능하지만 큐빅의 경우 이미지까지 생성 가능하다”며 “50컬럼 이상의 규모가 큰 데이터도 생성이 가능해 그레텔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도 “원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어필하겠다”며 “GDPR·HIPAA 규제 산업을 위한 AI 혁신을 이끌어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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