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할당관세’ ‘저율관세할당(TRQ)’을 물가안정을 이끌 요술 방망이처럼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큰 규모의 세수 결손을 낳는 것과 견줘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생산기반을 뒤흔드는 불가역적인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TRQ와 할당관세로 농산물 수입을 부추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고 물가안정을 위해 과일류 10종에 대한 추가 할당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바나나 20만t, 파인애플 4만6000t, 망고 2만5000t 등에 적용되는 30% 관세가 한시 철폐된다.
농업계는 특히 2022년부터 양파·마늘·과일류 등 민감 품목에까지 TRQ와 할당관세가 활발히 시행되는 데 주목한다. 일례로 국내 생산기반을 보호하기 위해 135% 관세를 부과하던 양파는 TRQ로 50%, 여기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10%까지 관세 문턱을 낮췄다. 10% 저율 관세를 적용받은 양파는 2023년에만 2만t이 국내 시장에 쏟아졌다.
하지만 이런 관세 인하의 단물이 소비자에게 흐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내려갈지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다시 오를 뿐만 아니라 되레 국내 생산농가의 탈농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대표적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미국산 관세는 계속 낮아졌지만, 미국 내 도·소매 가격과 한국의 미국산 수입단가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수입’ 카드를 남발하기보다는 우선 물가 인하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토대로 적용 물량·품목 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김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