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 시절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정치권 청탁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최근 통일교 교단 지도부로부터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이 국민의힘 중앙당으로 흘러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통일교의 국민의힘 선거 개입 의혹을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 시기까지 확대해 수사하고 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근 통일교 교단의 한 지역 책임자 A지구장은 특검팀에 “20대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세계본부로부터 받은 5000만원의 사용처가 국민의힘 중앙당 후원회,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있었던 B국회의원 후원회 등 이었다”고 밝혔다. A지구장은 이 같은 내용을 3~4쪽 분량의 의견서로 담아 특검에 제출했다.
A지구장이 의견서를 통해 밝힌 ‘5000만원 수령 시기’는 20대 대선을 닷새 앞둔 2022년 3월4일이었다. 이 시기는 통일교 수뇌부들이 ‘윤석열 지지’로 의견을 모은 직후로 알려져 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2022년 3월2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통일교 간부 120여명과 모임을 하고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A지구장이 밝힌 사용처 내역에 따르면 5000만원 중 3500만원이 ‘국민의힘 중앙당 후원회’로, 1000만원이 ‘B국회의원 후원회’로 갔다. 나머지 500만원은 후원명목이 아닌 목회 활동비로 사용했다. 당시 B국회의원은 윤 후보 캠프에 현역의원으로 합류해 지역위원장으로 일했다. A지구장은 애초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부터 이 돈을 ‘지역별 국민의힘 시도당에 기부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시도당에서는 후원회를 만들 수 없어 중앙당과 국회의원 후원회 명목으로 전달했다는 점도 밝혔다.
윤씨는 지역별 책임자인 1~5지구장을 관리하면서 국민의힘 측에 후원금 명목의 돈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역별 지구장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약 2억원이 국민의힘 측에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대선 불법 정치자금’ 수사로 확대했다. 다만 정치자금법상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개인의 후원 한도도 5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B 전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통일교 측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사실이 없고 선거관리위원회에 다 신고를 하기 때문에 500만원 이상을 받을 수도 없다”고 부인했다. 통일교 측도 “(국민의힘에 대한) 불법적으로 후원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시도당에 통일교 자금이 전달됐다면 사용처가 어떻게 되는지, 중앙당 후원회 명목인 경우 회계처리가 제대로 됐는지 등 위법 여부를 살피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통일교 국민의힘 당원 집단 가입’ 의혹도 받고 있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당 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교인을 권리당원으로 가입하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통일교 관련자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비교하기 위해 지난 13일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국민의힘 측 반발로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항의하면서 집행을 막아섰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기한은 20일까지로, 특검은 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