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확정 12시간도 안 돼 5000건 이상 배송 요청”
트럼프, 임신중단권 “각 주가 알아서 할 문제”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집권 이후 임신중단을 위한 조치를 전방위로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사회에서 확산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시민들이 유산유도제와 피임약을 비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에 있는 온라인 신청자에게 유산유도제를 택배로 보내주는 호주 비영리기관 ‘에이드 액세스’는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후 12시간도 안 돼 5000건 이상의 유산유도제 배송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난 다음 날보다 더 많은 건수이며, 이 단체는 한 달 평균 9000건 이상의 유산유도제를 보낸다고 한다.
에이드 액세스를 만든 의사 레베카 곰퍼츠는 “(평소보다 주문량이) 훨씬 더 많다”면서 “유산유도제가 시장에서 철수될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산유도제를 배송해주는 미국의 비영리기구 ‘플랜 C’도 대선 결과가 나온 후 자 기관 사이트 트래픽(통신 정보 이동량)이 625% 늘어났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집권하면 임신중단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임신중단권에 관해 “각 주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고,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등 새 행정부의 관료들은 임신중단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 행정부 때 대법관 세 명을 추가로 임명하면서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으로 구성됐고, 대법원은 2022년 임신중단을 비범죄화 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사실상 폐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새 행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임신중단 접근권을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임신중단 의료 정보 제공 사이트 ACT 전무이사인 줄리 케이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1873년 의회를 통과한 컴스톡법을 부활 시켜 유산유도제 유통을 제한할 수 있다고 NBC에 말했다. 이 법은 임신중단을 위한 약물이나 물품을 택배로 배송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한 법으로, 최근 수십 년간 사문화됐다.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약 40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해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게 컴스톡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국, 법무부 등을 장악해 미페프리스톤 등 유산유도제에 대한 접근권을 엄격히 제한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임신중단권에 반대하는 법관이 추가로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중단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저소득층과 유색인종 등 취약계층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전문적인 의료 조치를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 여성인권 법률지원 비정부기구(NGO) 전국여성법센터(NWLC)의 케이티 오코너 임신중단 정책 수석이사는 “임신중단이 점점 제한될수록 (여성들의) 건강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임신중단권이 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무엇이 합법이고 아닌지 혼란도 발생할 것”이라고 NBC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