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까지 번지는 극우의 ‘좌표 찍기’···일자리 찾아가 “탄핵 찬성 누구냐”

2025-02-04

윤석열 대통령 일부 지지자 등 극우 세력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위협하거나 이들의 신상을 유포하는 등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시민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온·오프라인에서 ‘좌표’를 찍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가 사실상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노조 조합원들을 협박하는 극우 세력을 명예훼손·협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마트노조 조합원들은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부터 ‘윤석열 탄핵’이라고 쓴 배지를 근무복 위에 착용하고 일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등 일부 극우 커뮤니티에는 특정 매장·조합원 정보와 함께 ‘항의전화를 하라’고 독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배지를 착용한 여성 노동자의 사진과 연락처 등 신상이 유포되기도 헀다. 직원들만 조회할 수 있는 마트 내부 인트라망의 개인정보 캡처 화면도 유출됐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 응징하겠다며 법원에 난입한 것처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시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좌표 찍기’를 일삼은 것이다. 김선경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사무국장은 “신상이 유포된 조합원은 오늘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못했고, 휴직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상황”이라며 “서부지법이 부서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온다면 누구라도 공포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 세력은 매장을 직접 찾아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사용했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용 중인 구호인 ‘STOP THE STEAL’ 현수막을 두른 사람이 배지를 단 노동자를 찾겠다며 홈플러스 강서점 매장을 활보했다. 이 장면을 직접 목격한 공윤란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장은 “직원 안전을 위해 매장에서 내보내 달라고 사측에 건의했지만 뒤늦게 조치가 이뤄졌다”며 “여성 조합원들은 이후 두려움에 떨며 퇴근할 때 가족들을 불러 귀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우 세력의 좌표 찍기는 계엄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다. 가수 아이유 등 유명 연예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은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던 서울 여의도 일대 카페에 선결제를 했다는 이유로 극우 세력의 악성 댓글 줄지어 달렸다. 탄핵 촉구 시위를 지원한 연예인 명단과 함께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신고해 해외 활동을 제한하자”고 선동하는 글이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 올라온 적도 있다.

지난달 19일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던 극우의 협박·선동이 오프라인에서 드러난 대표적 사건이다. 당시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윤 대통령 체포·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들의 신상이 공유되며 살해 협박 글이 잇따라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키도 했다.

김재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마트노조 등에 가해지는 이러한 테러는 자기를 검열하게 하고 민주주의와 법치국가를 옹호하는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경찰 수사를 통해 빠르게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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