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게 값인 초청료…아르헨티나는 시세 3배 불러 불발
브라질, 3년 전 금액으로 선방했지만 이례적 매진 실패 당혹
파라과이전은 절반도 안팔려…역대급 관중 감소 고민 커져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축구가 강호들과 잇딴 평가전 속에 비용과 흥행 부진의 이중고를 앓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안방에서 치르는 10월 A매치 2연전에서 남미 강호 브라질(10일)과 파라과이(14일)를 연달아 상대하는 일정을 짰다.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기술이 빼어난 남미 국가를 상대로 아직 승리가 없는 현실(2무5패/4골14실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직전인 9월 미국 원정에서 공동 개최국인 미국과 멕시코를 연달아 상대한 터라 다양한 축구를 경험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문제는 돈이다. A매치 기간에 열리는 평가전은 초청하는 국가가 초청료를 지급해야 한다. 국가의 이름값에 따라 그 금액이 달라지는데, 최근 강팀들의 몸값이 부쩍 오르고 있는 추세다. 대한축구협회가 10월 A매치 파트너로 먼저 고려했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와 접촉했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초청료에 포기했다. 아르헨티나는 중국 측 프로모터를 지렛대 삼아 800만 유로(132억원)를 제안했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시장 가격의 3배 이상을 웃돈다.
대한축구협회는 브라질과 직접 협상을 벌이면서 누수 없이 평가전 일정을 짤 수 있었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월드컵지원단 운영팀장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브라질은 최근 축구협회장이 새로 선임되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도 부임하면서 (새로운 체제 속에서) 10월에 아시아에서 경기하려는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와 일본이 일찌감치 나서 매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평가전 초청료 역시 마지막 안방 맞대결이었던 2022년 6월 당시와 비교해 합리적인 선에서 협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이 요구하는 최상급 대우를 맞추느라 적잖은 가욋돈이 들어갔지만 선방했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왔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관중석을 보면서는 환하게 웃지 못한다.
브라질전부터 매진에 실패했다. 6만 5000석 규모의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 3237명이 관전했다. 추석 연휴에 경기가 열렸을 뿐만 아니라 비싼 초청료가 녹아있는 티켓 가격(3만 5000원~45만원)을 감안하더라도 매진 실패는 이례적이다. 종전에는 74만명이 예매 전쟁을 벌인 끝에 순식간에 매진됐다. 브라질전보다 심각한 것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14일 파라과이전이다. 대한축구협회 예매 창구를 살펴보면 당일 정오 기준 남은 티켓이 4만 4000여장에 달했다. 과거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경기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대한축구협회도 당황한다. 파라과이 이름값이 브라질보다 낮음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전(4만 1911명) 수준의 관중은 입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표팀이 같은 경기장에서 두 경기를 연달아 치르면서 생긴 구매력 감소와 함께 정몽규 협회장 및 홍명보 감독에 대한 불신이 맞물리며 역대급 관중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돌아선 팬심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하루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