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아침에] 다 함께 이기는 길

2025-04-02

유명 맛집과 관광 명소가 많기로 이름난 남해안의 한 도시에서 지난 주말 살풍경한 음식점 불경기를 절감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한 시간은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었던 A식당의 경우 토요일 저녁 6시인데도 빈자리가 많았다. 인근 항구 주변의 식당들은 텅 빈 곳이 부지기수였고 아예 문을 닫아건 곳도 적지 않았다. 거리 곳곳에 ‘임대 문의’ 알림 글이 나붙은 폐업 음식점들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계엄·탄핵 정국 불안이 길어지면서 경제가 골병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야기된 정치 불안이 경제로 전이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 수준)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두 달 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5%에서 1.1%로 낮췄던 영국 경제분석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최근 전망치를 0.9%로 더 낮췄다. 세계 3대 투자은행인 JP모건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0%에서 1.2%로, 바클레이스는 1.6%에서 1.4%로 내려 잡았다. 한때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고도 성장을 구가했던 우리 경제가 어느새 올해 1%대 성장도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허약 체질로 전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관세율이 ‘25%+상호관세’를 적용받게 되면 한국 수출은 치명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세에 이어 올해는 하락 추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숙박·음식점업이 전월보다 3.0% 줄며 2022년 2월(-8.1%)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한 것도 아주 불길한 징후다.

국내 정치 불안과 트럼프발 관세 폭탄 우려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까지 흔들리고 있다. 국가 신용 위험이 커질수록 상승하는 5년물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7일 36.36bp(1bp=0.01%포인트)로 전달 같은 날의 28.13bp에 비해 급반등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최근 미국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한미 고위급 대화 부재, 트럼프발 관세 등을 언급하며 지금의 한미 동맹에 대해 “조용한 위기”라고 경고했다.

요즘 인도 출신의 영국 거부 락슈미 미탈이 세금을 피해 ‘탈(脫)영국’을 채비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 기업인들은 괜찮을까 우려하게 된다. ‘21세기 철강왕’으로 불리는 미탈이 중과세 정도로 영국을 버린다면 우리나라의 간판 기업인들이 극도의 정치·경제의 혼란에 지쳐 한국을 떠나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쌈박질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경제가 ‘폭망각’을 피할 수 없다는 아우성이 그들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 주요 기업인들이 고도의 위기감 속에서도 아직은 생존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에게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정치권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4일 오전 11시에 나올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는 우리 경제의 중대 갈림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과 여야가 선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그래야 국론 분열을 줄이고 여야정이 일치단결해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성장 동력을 되살리는 데 매진할 수 있다. 하지만 헌재의 최종 결정 후에도 불복 사태 등으로 혼란이 지속되거나 성장을 등한시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활개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재난적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앞에는 다 함께 이기는 길과 공멸의 길이 놓여 있다. 우리가 선택할 길은 분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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