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후세계 관문' 찾다...4,400년前 미지의 왕자 무덤서 '분 화강암 문' 발견

2025-08-03

분홍 화강암 문·제물 테이블·상형문자까지 완비

고대 이집트 왕실의 계보 다시 써야 할 수도

이집트 사카라 지역에서 4,400년 전 고대 무덤이 발굴되며 고고학계가 또 한 번 놀라움에 빠졌다.

그 주인공은 지금껏 역사에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우세레프레(Userefre)' 왕자다. 그는 이집트 제5왕조 창시자인 우세르카프(Userkaf) 왕의 아들로 이 무덤은 그가 남긴 유일한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

1일(현지시간)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전 이집트 유물부 장관 자히 하와스 박사가 이끄는 팀이 수행한 발굴 임무 중에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화제를 모은 것은 무덤 내부에 놓인 분홍색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거짓 문'(false door)이다. 높이 15피트(약 4.6m), 너비 4피트(약 1.2m)의 이 문은 실사용 목적이 아닌 상징적인 영적 관문으로, 죽은 이의 영혼이 사후 세계로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여겨진다.

케임브리지 대학 멜라니 핏킨 박사는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 문이 '카(Ka)'라 불리는 고인의 생명력이 무덤과 저승을 오가게 해준다고 믿었다”며 “사제와 가족들이 무덤 앞에서 이름을 부르고 제물을 올리면, 고인의 영혼이 이를 흡수해 사후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세레프레 왕자의 무덤은 비범한 규모와 구성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무덤 인근에는 등받이가 높은 의자 13개와 분홍색 화강암으로 만든 조각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집트 무덤에 사용되던 석회암 대신 아스완에서 약 650km 떨어진 지역에서 채석한 귀한 화강암이 사용된 점은 그가 왕실 내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지녔음을 방증한다.

왕자의 칭호는 '세습 왕자', '왕실 서기관', '부토·네크벳 총독', '구호 사제' 등으로 다양하며, 무덤 벽면에 상세히 새겨진 상형문자에서 확인됐다. 고고학자들은 그동안 그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으며, 발견 전까지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미지의 왕자'였다고 전했다.

무덤 안에서는 지름 92.5cm에 달하는 붉은 화강암 제물 테이블과, 키 1.17m의 검은 화강암상도 함께 발견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조각상이 후대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이는 이 무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차례 이상 재사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발굴팀은 우세레프레 왕자의 실제 매장실을 찾는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이번 발견은 투탕카멘 무덤 이후 가장 주목받는 고고학적 성과로 평가되며, 이집트 고대 왕실의 미스터리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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