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의 하늘은 흐리고 차가운 바람이 불었어요.(중략) 하지만 국민들은 이 계엄이 단순히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중략) 때로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가 위협받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떠올리고, 용기를 내야 한답니다. ”
한 초등학교 교장이 학생들에게 12·2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편지 형식의 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여사의 모교에도 “더는 우릴 부끄럽게 하지 말아달라”는 대자보가 붙는 등 학교 교육현장에서도 비상계엄과 관련한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의 A초교 교장은 최근 학생들에게 2장 분량의 안내문을 나눠줬다. ‘민주주의를 지켜가는 A초교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편지는 “사랑하는 어린이들,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이에요”로 시작한다. 편지 속 교장은 “우리가 지금 왜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이야기해 줄게요”라면서 글을 이어간다.
이 학교 교장의 편지에는 계엄의 정의, 계엄과 쿠데타의 관계, 비상계엄과 국민들의 저항,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의 당부가 순서대로 담겼다. 교장은 “계엄은 나라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는 제도”라며 전쟁 상황을 계엄 발령의 예로 든다. 그러면서 “나라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계엄이 올바르게 사용되지 않으면 국민들이 자유를 잃고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고 했다.
A초교 교장은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를 언급하며 “군인들은 계엄령을 확대하고 마치 나라를 지키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엄을 악용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역사를 돌아보면 쿠데타는 언제나 국민들에게 아픔과 어려움을 주었어요”라며 “그래서 우리는 계엄이 올바르게 사용되고 국민의 권리가 지켜지는지 항상 주의깊게 지켜봐야 해요”라고 했다.
A초교 교장은 또 12월3일 비상계엄을 두고 “국민들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수많은 시민들이 평화롭게 결집했다”고 하면서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이 주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스스로 생각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힘을 가져야 해요”라고 썼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명일여고 학교 울타리에 ‘명일여고 학생 일동’ 이름으로 쓰인 대자보 2건이 게시됐다. 학생들은 ‘대통령 부부는 들어라’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당신들이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시간을 지체해봤자 늘어나는 것은 임기가 아닌 역사임을 직시하라”라고 했다.
학생들은 ‘부끄럽지 않은 학교를 소망한다’는 제목의 두 번째 대자보에서 “김건희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안녕하지 못하다”라며 “당신이 명일의 흔적을 지우려 할수록, 국정에 관여할수록, 대통령의 계엄에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수록, 온갖 뇌물을 수령할수록 우리는 더욱 명일을 부끄럽게 여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명일의 이름으로 외친다. 윤석열을 탄핵하고 윤석열은 하야하라”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