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하라" 시국선언 확산… 대학가 뒤덥인 대자보

2024-12-12

"역사책 속 이야기가 현실로⋯무섭고 참담했다"

대학교 기말고사 기간에도 활활 타오르는 '촛불'

"하루빨리 진상규명 되길⋯윤 대통령 퇴진해야"

전국 곳곳에서 계엄령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2학기 종강을 앞두고 기말고사가 한창인 대학생들의 손에는 펜이 아닌 촛불이 들렸다.

시험 기간에 펜 대신 촛불을 들고 있는 지금 대학생들의 심정을 들어보기 위해 전북대 구정문을 찾았다. 이미 학교 게시판마다 대자보가 여러 장 붙었고 매일 게시판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계속해서 대자보를 읽고 사진 찍어 다른 대학 친구들에게까지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영재(정치외교학과·23학번)학생은 "전북대 학생으로서 느끼는 바가 더 컸다. 선배들이 잘 갖고 온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불합리한 처사라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이 갑자기 비이성적인 행위를 한 이유가 빨리 진상규명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전북대는 학생회관에서 비상계엄군에 쫓기다 고인이 된 5·18민주화운동 최초 희생자 고 이세종 열사가 재학했던 만큼 더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오랫동안 혼자 서서 대자보를 보던 우나영(스마트팜학과·23학번)씨는 "자기 직전에 뉴스를 보고 '이게 뭐지?' 싶었다. 전에 봤던 영화·역사책 속 계엄령은 너무 무서운 것이었기 때문에 더 공포감이 느껴졌다"며 "계엄령은 처음인 데다 대학 때문에 타지에 혼자 와 있다 보니 더 무서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곳곳에 대자보가 붙어 있는데 사실 지금도 탄핵·퇴진 등에 의견이 분분하지 않나. 그래도 각자의 의견을 용기 있게 전해 줘서 너무 자랑스러웠다. 저도 주변에 알리고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번 주 토요일에 집회도 갈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게시판 앞을 지나가며 친구와 대자보를 사진으로 남기던 류지우(미술학과·24학번)씨도 "계엄령이라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몇 시간 동안만 했다가 다시 해제하는 게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맞나?'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면서 "무엇보다 이런 사태를 만든 대통령이 하루빨리 퇴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많은 학생이 지나다니는 '알림의 거리'로 불리는 이 거리에 대자보를 처음 붙인 것은 전북대 학보사였다. 계엄령의 심각성을 인지한 학보사는 먼저 나서서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였다.

전북대 학보사 이예령(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23학번) 편집장은 "당시 다른 대자보는 없었고 학보사 것만 유일하게 붙었었다. 일단 정치적인 견해를 떠나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는 게 분명했다. 학보사인 만큼 이러한 사실을 학생들한테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북대뿐 아니라 전북권 대학들이 함께 집단행동을 준비 중이다. 전북 10개 대학교 학생은 전북 대학생 비상시국회의를 꾸리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위한 서명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독재라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권력자 앞에 맞서 싸워야 한다"면서 "그동안 각 대학의 시국선언이 있었지만 이젠 하나가 돼 단결된 힘을 보여 줘야 한다. 더 큰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전북권 대학생들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3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정문에서 전북권역 대학 총학생회 윤석열 탄핵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참여 대학(가나다 순)은 국립군산대학교, 군장대학교, 예수대학교, 우석대학교, 원광대학교, 전북대학교, 전주교육대학교, 전주대학교, 전주비전대학교, 한국농수산대학교 등이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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