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태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협의회장은 인터뷰 내내 SW 교육의 '펀더멘털(fundamental)'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SW중심대학 사업을 통해 대학의 기초체력을 키워 기초가 튼튼하면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신 회장은 올해 SW중심대학협의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SW중심대학 사업은 2025년 10주년을 맞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SW전공자는 4000여명에서 3만7000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고, 융합전공자는 600여명에서 2만9000명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올해도 10개 대학을 신규 선발한다.
SW중심대학 사업의 나아갈 길에 대한 물음에 신 회장은 '위드 인공지능(AI)'이란 답을 내놨다. SW 지식을 넘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단계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10년간 SW 교육의 기반을 다져온 SW중심대학사업은 이제 'Beyond SW중심대학'으로 고도화한다.
-SW중심대학사업 협의회장 연임 소회는.
▲가장 역점으로 둔 것은 대학 간 공동 프로그램의 공유다. 그동안 지역 대학끼리 알음알음 비슷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면 이제는 협의회 차원에서 전국 단위 대학이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협의해보려고 한다.
특히 글로벌 SW 교육의 경우 해외 사정이나 달러 상승 등으로 특정 대학이 독립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올해 SW중심대학 사업에 AI가 교육과정에 의무화되면서 '위드 AI'로 전환도 중요한 과제다. 이 사업이 3번의 사이클을 돌았는데 3단계 사업에서는 AI를 어떻게 특화할지 고민하고 있다.
-SW중심대학 사업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SW전공자를 비롯해 융합전공자, SW 관련 졸업생 배출, SW과목 및 관련 과목 등이 비교할 수 없이 증가했다. 특히 SW 기초교육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모두 하게 됐다. SW중심대학 사업 이전에는 없던 일이다. SW 활용 능력이 높아졌다는 것은 학생의 경쟁력도 향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 확산 프로그램은 전국 대학의 지역사회 기여 측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가치 확산 프로그램은 사업의 한 축이다. 지역사회에 SW 가치 확산이 왜 필요하나.
▲SW는 논리적 사고를 키운다. 어릴 때부터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공교육에서도 AI가 굉장히 필요해졌지만 가르치는 사람은 부족하다. 지역 주민 수요도 많다. 지역에 있는 대학이 SW교육을 확산하면 신뢰도도 높아진다. 지역 대학은 소외지역까지 커버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대국민 SW 역량을 키우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58개 대학에서 사업을 수행 중이다. 모든 대학으로 SW중심대학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는 아닌가.
▲모든 대학이 사업을 수행하면 교육의 특수성은 사라진다. 대학은 사업 선정을 위해 역량을 기반으로 특성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 도전할 기회는 모든 대학에 열려있다.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SW 특성화를 살리면 된다. 조급해하는 팔로워가 되지 말아야 한다.
-산업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동향을 교육에 다 반영하기 어렵지 않나.
▲남이 하는 것을 따라가지 않고 반도체, 자동차, 게임, 바이오 등 대학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SW 역량을 특성화하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려면 교육의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 숭실대가 스파르탄SW교육원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변화는 막을 수 없지만 기초가 튼튼하면 흔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인재의 미스매치를 지적한다.
▲기업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인재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해외 글로벌 기업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기업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 대학은 어느 한 회사에 딱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없다. 학생들의 자질을 키워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그 이후 재교육은 인재를 뽑아가는 기업의 역할이다. 바로 쓸 인재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역할을 해야 한다.
-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SW기업이 없나.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 'OO키즈'를 만들어 낸 한국인이다. SW분야에서도 큰물에서 성공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는 국내 기업일 뿐 글로벌 시장의 선봉에 선 사례는 없다. 글로벌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글로벌화해 세계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면 'SW키즈'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Beyond SW중심대학이 추구하는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인재가 없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유능한 인재가 해외로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수한 해외 인재를 한국으로 유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SW중심대학사업 모델을 그대로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로 수출하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해외의 유능한 인재를 유입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SW중심대학사업 교육체제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돼 유능한 인재가 한국으로 찾아올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10주년 마무리를 잘해 내겠다. 대학 간 소통을 통해 협업 체계도 구축하겠다. 각 대학이 AI로 교육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데 힘쓸 것이다. 무엇보다 해외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인재 유입이 활발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겠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