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생성과 소멸] 〈1〉과학기술시대, 생성과 소멸은 무엇인가 (상)

2025-08-11

글로벌 경기침체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대립과 투쟁, 갈등과 분쟁이 격렬하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의 등장은 새로운 희망과 공포를 안기고 있다. 인류가 당면한 자연재해, 경기침체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전쟁무기가 되어 생명, 신체를 위협하거나 일자리를 뺏는 등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누구나 같은 강물에 두 번 몸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강물은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면서 주위의 변화를 수용하고 스스로 변화를 거듭한다. 전에 흘러갔던 강물과 새로 흘러오는 강물은 성분, 규모, 속도와 경로가 같을 수 없다. 변화는 생성과 소멸의 반복으로 이뤄진다. 그 발생원인은 뭘까. 대립과 투쟁이다. 새롭게 생겨야 할 것들, 이젠 없어져야 할 것들, 새로 생겨선 안 될 것들, 결코 없어져선 안 될 것들의 대립과 투쟁이 격렬하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한다. 갈등과 분쟁은 고착되고 공동체는 파괴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립과 투쟁, 생성과 소멸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순 없다. 공통된 하나의 법칙과 가치체계로서의 '로고스'를 완성하면 조화와 균형을 이뤄 새로운 미래를 열수 있다.

생성은 그전에 없던 새로운 유무형의 사물과 존재를 만드는 행위와 과정, 그 결과다. 발명, 창작, 탄생 등이 그것이다. 기존에 있던 사물이나 존재를 바꾸거나 전혀 새로운 것을 생성할 수 있다. 자연이나 인공적인 힘에 의한 생성을 넘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의 독자적인 생성도 가능하다. 생성은 소멸을 수반할 수 있다. 소멸은 뭘까. 영원히 사라져 없어지는 행위와 과정, 그 결과다. 질병, 노화, 죽음, 이별, 분해, 상실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관념에서 가장 두려운 것들이다. 전쟁 등 파괴에 의한 소멸은 더욱 참혹하다. 소멸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불교에선 허물이 있다면 잘못을 찾아내 고치고 선과 덕을 행하면 청정함을 얻고 고뇌와 죄업이 소멸한다고 했다. 이 경우 소멸은 그 자체로 생성이 될 수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러브, 데스+로봇'의 에피소드 '팝 스쿼드'를 보자. 미래의 지구가 배경이다. 과학기술 발달로 간단한 약물과 시술을 받으면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는 세상이다. 파티에서 나가는 사람이 없다면 새로운 사람을 초대할 수 없듯이 늙거나 죽지 않는다면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출산을 금지하고 아이를 키우면 처벌한다. 출산이라는 자연적인 생성을 인위적으로 막았다. 어느 시대나 그렇듯 불응하는 무리가 숨어서 아이를 낳고 기른다. 공동체를 위험에 빠트리는 이른바 '번식범'들이다. 경찰관인 주인공은 골동품가게에서 낡은 장난감을 구입한 용의자를 추적, 체포한다. 그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왜 이런 황당한 일을 죄책감도 없이 자행하는지 묻는다. 번식범은 대답한다.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을 영원히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과학기술을 통해 영원한 삶을 생성하고 죽음으로 소멸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죽지 않으니 서두를 일도 없다. 소질이 없어도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수십년, 수백년 연습하면 정말 잘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급격한 자연재해, 기후변화, 바이러스, 세균, 정신질환, 공동체 갈등과 새로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인간은 1백년을 넘지 않은 세월을 살면서 유성생식을 통해 자녀를 출산하여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준다. 자녀는 부모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돌연변이를 통해 끊임없이 적응과 변화를 거듭하며 거친 세상을 이겨낸다. 영생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소멸이 있기에 생성할 수 있고 생성이 있기에 소멸할 수 있다. 그것을 통해 인류가 발전했다. 억지 생성과 소멸을 끝내고 조화와 균형을 갖춘 생성과 소멸로 공동체와 개인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생성과 소멸을 통합하는 법칙과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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