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민원 중의 하나가 '연금 삭감'이다.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삭감을 말한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이 있으면 연금을 깎는 제도를 말한다. 월 309만원 넘으면 깎는다. 309만원은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 공제 후, 사업자는 비용 공제 후 소득을 말한다. 공제 전 기준으로는 411만원이다.
309만원 초과액을 5개 구간으로 나눠 다르게 삭감한다. 가령 초과액이 100만원 미만(1구간)이면 초과액의 5%를 삭감한다. 월급(근로소득 공제 후 기준)이 399만원이면 초과액 90만원의 5%, 즉 4만5000원 깎는다. 초과액이 400만원 이상(5구간)이면 월 50만원 이상 깎는다. 다만 연금의 절반까지만 깎는다. 민원인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데, 왜 죄 없는 연금을 깎느냐"라고 항의한다.
이런 점을 의식해 이번 대통령 선거의 주요 후보가 이 제도를 손보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단계적 개선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폐지를 내세웠다.
이렇게 연금이 삭감된 사람(이하 삭감자)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삭감자는 13만 7061명이다. 2016년 3만 5594명에서 8년 새 3.9배가 됐다. 지난해 한 명이 월평균 19만원, 한 해 전체 삭감액은 2429억원이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속속 연금 수급자에 접어들면서 연금 삭감자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연금 수급자(68)는 지난 5년간 매달 연금의 절반(약 60만원)이 삭감됐다. 총 3600만원 깎였다.
이모(66)씨도 지난해 매달 50만 30원 삭감됐다. 그는 약 27년 보험료를 냈고, 2021년 10월부터 월 100만 60원의 연금을 타게 돼 있었다. 그런데 월 소득이 765만원(소득 공제 후)이어서 연금의 절반(50만 30원)이 깎였다. 3년 8개월 동안 2200만원가량 삭감됐다.
초소액 삭감자도 있다. 안모(66)씨는 지난해 매달 10원 깎였다. 월 소득이 298만 9437원이었고, 지난해 기준을 적용해 삭감액이 10원으로 나왔다. 안씨는 3년 9개월 동안 18만여원 삭감됐다. 안씨처럼 월 10원 삭감되는 사람이 6명이다. 20~90원 삭감자는 53명이다.
연금 삭감의 이유는 한 사람이 근로(사업) 소득과 연금을 더해 너무 많이 가져가는 걸 줄이기 위해서다. 국민연금이 사적제도가 아니라 사회보험인 점을 고려해 삭감 장치가 들어갔다.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왜 관계없는 연금을 깎느냐" "일할 의욕을 꺾는다" "고령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공약으로 나온 배경이 여기에 있다.
3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1227조원이다. 지난해 12월보다 14조원 늘었다. 기금 운용 수익금이 10조 6107억 원이다. 한 해 삭감액(2429억원)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재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오히려 연금 제도 불신을 심화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삭감액이 얼마 되지 않는데, 굳이 없애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같은 전문가가 대표적이다. 연금 삭감자가 노령연금 수급자의 상위 2.3%에 해당하는데, 굳이 이들을 위해 없앨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국민연금 호시절', 즉 낸 돈(보험료)보다 받는 돈(소득대체율)이 훨씬 많은 시기를 거쳐왔기 때문에 혜택을 많이 본 세대인데 이런 공약을 한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1~5구간의 삭감자 중 상대적으로 초과 소득이 낮은 1~2구간부터 먼저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삭감자 13만 7061명 중 1구간이 6만 2424명(45.5%), 2구간이 2만6919명(19.6%)이다.
대선 후 만약 삭감제도가 폐지되거나 완화되면 공무원·사학·군인 등의 특수직역연금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이들 연금에 먼저 삭감 제도가 있었고, 국민연금이 베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