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마가 이탈리아를 또 잡게 될까. 이탈리아 2026 북중미월드컵 유럽예선 노르웨이 원정에서 패한 뒤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월드컵 3회 연속 탈락이라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을 전격 경질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렸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8일 홈페이지를 통해 “다가오는 몰도바전이 스팔레티 감독의 마지막 경기”라고 밝혔다. 9일 몰도바와 홈 경기를 앞둔 스팔레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어제 (이탈리아축구협회) 회장이 내게 해임됐다고 알려왔다. 실망스러웠다”며 “상황이 어려운데 내 직무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고 밝혔다.
스팔레티 감독은 “자리를 지키고 업무를 계속하고 싶었다”면서 “(몰도바전이 열리는) 내일 저녁까지는 지도자로 현장을 책임질 것이며, 이후로는 계약을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팔레티 감독과 이탈리아의 계약기간은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였다.
이탈리아는 지난 7일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조별리그 I조 노르웨이와 맞대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 일정 때문에 뒤늦게 월드컵 예선을 시작한 이탈리아는 첫 경기부터 노르웨이에 무려 3골을 헌납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탈리아는 월드컵에서 4차례(1934, 1938, 1982, 2006년) 우승하며 독일(1954, 1974, 1990, 2014년)과 함께 역대 최다 우승 공동 2위에 오른 전통의 강호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2006년 독일 대회 우승 이후 세계 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2무 1패, 2014년 브라질 대회는 1무 2패에 그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더니 2018년 러시아 대회와 2022년 카타르 대회 모두 본선 진출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출발부터 크게 휘청대면서 자칫 월드컵 3회 연속 본선행 실패라는 굴욕을 쓸 위기에 처했다.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12개 조 1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이후 조 2위 12개 팀과 조 3위 팀 가운데 UNL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이 4개 조로 묶여 다음 라운드를 치른다. 이 가운데 네 개 팀만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받는다.
5개 팀이 경쟁하는 I조에서 노르웨이가 3승 무패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뒤늦게 월드컵 예선에 참여한 이탈리아(1패)가 노르웨이를 제치고 본선 직행을 확정하려면 승점 9 차이를 뒤집어야 한다.

이에 이탈리아 언론에서는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이날 “전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조 2위에 오를 수 있다고 가정해 플레이오프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AS로마 감독직을 임시로 수행한 뒤 은퇴를 선언했고, 현재는 구단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를 차기 감독 후보로 꼽았다. 이 매체는 “라니에리는 월드컵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수락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로마 고문과 대표팀 감독을 겸직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