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정읍의 한 축산농가에서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들이 관리자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협박을 당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고립된 농촌 환경과 사업주에게 종속된 체류 자격 구조가 낳은 ‘구조적 폭력’으로 규정하며, 당국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이주넷)는 30일 오전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을 사업주의 ‘인성’에만 맡겨두는 방관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주넷에 따르면 정읍의 한 돼지농장에서 약 16개월간 근무한 네팔 국적 노동자 A씨는 관리자로부터 손과 작업 도구인 삽 등으로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 관리자는 CCTV가 없는 장소를 골라 폭력을 행사했고, “노동부에 신고하면 쫓아내겠다”는 식의 협박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결국 생명의 위협을 느껴 사업장을 이탈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단체들은 이 같은 폭력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사업주에게 종속된 체류 자격 구조’를 지목했다. 고용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을 옮기기 어려운 현행 고용허가제 아래에서는 폭언과 폭행, 임금 체불을 겪어도 문제 제기조차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주넷은 이를 “이주노동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구조적 장치”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최근 전북 지역 농가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고들이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위태로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2024년 12월 완주의 한 돼지농장에서 질식 사고로 노동자 2명이 숨졌고, 2025년 초 김제의 한 농장에서는 질식 사고로 이주노동자가 크게 다쳤다. 지난 20일에는 정읍의 또 다른 돼지농장에서 네팔 국적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한국 사회가 기피해 온 농촌과 축산 현장을 떠받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분명한 사회 구성원”이라며 “정부는 더 이상 이들의 죽음과 고통을 개인의 비극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와 전북도에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자유 보장과 농어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 안전 특별 조사 시행, 유엔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협약(ICRMW)’ 비준, 축산농가 내 괴롭힘에 대한 직권 수사와 가해자 엄중 처벌 등을 요구했다.
유기만 이주넷 운영위원은 “지난 8월 축산농가 실태 조사를 요청했지만 노동부는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죽으러 온 존재가 아니라 일하러 온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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