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한국 뮤지컬 산업의 ‘규모의 성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뮤지컬 티켓 총판매액이 약 4700억원에 달한다. 전체 공연 시장의 70%에 육박하는 금액”이라며 뮤지컬 산업 종사자들의 헌신과 노력에 경의를 표했다.
단순 ‘티켓판매액’만을 기준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약 465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인 2023년 (4591억원) 대비 1.3% 증가한 수치다.
다만 내막을 살펴보면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처지다. 지난해 공연건수 3002건(전년 3189건), 개막편수 2908편(전년 3093), 상연횟수 2만734회(전년 3만8070회), 티켓판매수 약 784만건(전년 803만건)으로 사실상 모든 지표에서 모두 전년보다 감소한 상황에서 티켓 판매액만 증가한 것이다.
관객과 작품이 줄었는데 티켓판매액만 늘어난 건 티켓 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밀한 산출이 필요하겠지만, 모든 수치가 감소한 상황에서 티켓판매액만 상승했다는 것은 사실상 티켓 한 장 당 가격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만큼 최근 대극장을 중심으로 한 뮤지컬 티켓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된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극장 규모로 보면 1000~5000석 미만 규모의 티켓예매 수가 전년 대비 2024년 10만개 이상 적게 나타났음에도, 매출액은 20억 정도 늘어난 것은 대형 공연장의 티켓 평균 가격이 올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이를 “대형뮤지컬의 절대적인 가격대가 오르기도 했지만, 제작비 상승으로 할인율을 줄이던 것이 매출액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이런 현상으로 할인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회전문 관객들의 관람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뮤지컬의 경우 10년 가까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만원이 무너졌다. ‘알라딘’ VIP석은 19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책정됐음에도 티켓을 구하기조차 힘든 수준이고, 순수예술로 불리는 연극 역시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의 VIP석 티켓 가격은 12만원까지 기록했다.
제작비와 운영비, 인건비 인상 등과 맞물린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티켓 가격 인상이라는 문화예술계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속에서 고가의 티켓 가격을 소비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한 관계자는 “단순히 뮤지컬 시장의 ‘규모의 성장’에만 도취할 것이 아니라, 그 성장이 올바른 방향인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관객이 증가해야 시장이 커지는 것인데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으로 가고 있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