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셋 중 하나는 앞으로 20년 후 한국에서 제2의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또한 2040세대 절반 이상은 '대기업 차별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웨이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 국제회의장에서 제2회 비전 포럼을 열고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직장인 대상으로 진행한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규제, 나쁜 규제, 이상한 규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국내 중소·중견·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부터 공무원·금융업에 종사하는 20대에서 40대 2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MZ세대 "국내 규제 경쟁국 대비 높아···대기업 규제 필요시에만"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3.4%는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경쟁국가와 비교했을 때 '국내 규제가 높은 편'이라고 답했다. 이는 '낮다'고 응답(29.8%)한 이들보다 14%포인트(p)나 많은 수치다.
또한 설문 참가자 45.4%는 실제 업무에서도 규제로 인해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규제가 너무 많다 보니, 파악하고 준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이런 애로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스타트업 3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조사에서는 '국내 기업 규제로 인해 사업 활동 제약이나 경영상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64%에 달했다.
2040세대는 대기업 차별 규제에도 의문을 던졌다. 대기업 차별 규제는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해서 규제하는 정책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 조사 결과를 보면 대기업 차별 규제는 61개 법률에 342개가 존재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행 대기업 차별 규제가 공정한 시장 경쟁을 만들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22%, 즉 5명 중 1명 정도만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큰 효과가 없다고 응답한 2040세대는 41.5%에 달했다.
이들 중 절반(52.1%) 이상은 '대기업 차별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규제의 틀은 유지하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규제의 세부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34.9%로 가장 많았다. '대기업 차별 규제의 내용과 종류를 줄이되, 꼭 필요한 규제만 해야 한다'는 의견도 30.1%로 높은 수준이었다.
한경협에 따르면 현행 대기업 차별 규제 342개 중 제정된 지 20년이 넘은 이른바 '낡은 규제'는 30.1%, 103개나 된다. 낡은 규제를 현재 상황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이 수년 전부터 나오고 있는데 MZ세대도 여기에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상위권 상속세율에 경쟁력 저하···중대재해법 기준 명확해야
2040세대는 상속세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63%)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의 집중을 막아주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속세 기준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55.1%)으로 인식했다.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다.
설문조사 참여자 61.9%는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높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상속세율 인하(26.5%)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상속세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18.1%)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는 중소기업만 상속세 공제를 확대(16.8%)해주거나, 면세 한도라도 확대(16.4%)하는 식의 기업 부담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최대 상속세율은 50%에 달한다. 우리나라보다 상속세율이 높은 OECD 국가는 일본(55%)이 유일하다. 특히 금액이 커지면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 구조로 돼 있어, 물려줘야 할 자산이 많을 경우 세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상속세 기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대재해법과 관련해서는 세부 기준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한 2040세대 43.9%는 중대재해법이 근로자 안전 확보에 기여한다는 데 동의했다. 근로자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답한 이들(17.6%)보다 훨씬 많아 법의 취지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응답자 과반(52.2%)은 현재의 중대재해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 중 58%는 처벌 기준이나 적용여부 등 세부 사항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봤다. 산업이나 사업장 규모에 따라 처벌 규정을 세부화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30.2%에 달했다. 일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통해서도 근로자 보호가 가능하므로 폐지해야 한다(11.7%)고 주장했다.
2040세대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은 AI 분야에서 국내 기업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술력이 미국과 견줄 정도로 '최상위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2.7%에 불과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응답(15.6%)보다도 적었다. 대부분 싱가포르 같은 신흥 국가(31.2%), 중국·일본 등 아시아 수준(40.5%)이라고 평가했다.
AI 경쟁력이 세계 중하위권에 불과하다고 본 이유로는 글로벌 경쟁국인 미국 등보다 시장 진입이 늦었다는 점, 또 한국어라는 언어적 폐쇄성이 가진 장벽으로 기술 개발이 불리하다는 점이 꼽혔다. 일부는 국가 차원의 투자나 AI 전문 인력이 부족해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신산업에 대한 한국 특유의 강력한 규제나 관료주의가 지나쳐서 창의적인 산업 성장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산업의 방향성을 잡아 줄 법안인 AI 기본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다만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관련 업계와 2040세대의 관점 차이도 드러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AI 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투표에 참여한 2040세대 48.8%는 'AI 안전성 확보를 위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위험 AI'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규제, 벌칙 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가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인간의 기본권마저 침해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