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점프는 대학생연합경영컨설팅학회(SoME) 학생들로 구성된 썸데이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썸데이 기자단은 젊은 대학생 시각에서 고령화 사회 현황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3년 83.5세로 크게 늘었다. 일할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늘었을 법하지만 직장인의 실제 은퇴 시점은 오히려 앞당겨지는 추세다.
한국경제인협회 중장년내일센터의 2023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중장년이 희망하는 평균 퇴직 연령은 68.9세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50.5세였다. 법적 정년인 60세에 훨씬 못 미쳐 퇴직해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퇴직 후 불안정성이다. 재취업에 성공했더라도 2년 이상 다니지 못하는 이들의 비율이 67.1%에 이른다. ‘길어진 인생, 짧아진 직장 생활’이라는 모순적 상황 속에서 창업처럼 남들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나서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창업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중장년 창업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김상훈 (주)스타트컨설팅 대표를 만났다. 1997년 컨설팅 회사를 차린 김 대표는 지금까지 1만 명 넘는 예비 창업자를 만나 상담해왔다고 한다. 많은 창업가들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봐 온 그에게 최근의 중장년 창업 트렌드와 창업가에게 필요한 마음가짐 등을 들어봤다.

-퇴직했거나 앞둔 중장년이 많다.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 720만 명이 이미 은퇴했고,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세대 606만 명도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이들이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보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좋은 회사를 다녔더라도 65세 이후 국민연금을 월 200만 원 이상 받는 자가 20~30%에 그치다 보니, 대부분의 시니어는 별도의 수입원을 찾아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청년 창업과 중장년 창업은 어떤 차이가 있나.
“청년 창업은 미래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20~30대는 창업 시장의 다양한 패러다임을 체험하면서 내공을 쌓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중장년 창업은 현재가치가 중요한데,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녀 교육비나 생활비를 위한 '생계형 창업'과 퇴직 후 자존감 유지를 위한 '자아실현형 창업'이다. 특히 최근에는 자아실현형 창업이 늘고 있는데, 이는 중장년층의 자존감 유지와 사회활동 참여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창업 성공의 본질은 무엇인가.
“창업 시장을 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이템 선정이 창업 성패에 미치는 영향은 25~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75%는 상권, 입지, 운영관리, 외부변수 등이 좌우한다. 특히 상권은 세 가지 시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소비자 시장이다. 소비자들이 어디서 돈을 쓰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둘째는 창업자 시장이다. 550만 자영업자들의 운영 형태와 성공·실패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대인 시장이다. 임대료, 권리금 등 상가 부동산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시장의 생태계를 파악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이런 시장 이해 없이 단순히 '요즘 뜨는 아이템'만 찾는 것은 위험하다.”
-중장년이 창업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직장생활만 해온 분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결정장애'다. 지금까지는 조직에서 정해주는 대로만 움직였다면, 창업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상권 선택부터 인테리어, 가격 책정까지 전부 본인이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데, 이런 결정에 익숙하지 않은 게 문제다. 창업은 앞으로 30년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하는 만큼, 최소 3년의 준비기간은 필수다. 또한 현재 평균 창업자금이 1억 원 정도인데, 이 중 자기자본 비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이는 더욱 중요하다. 자금이 부족한 경우라면 처음부터 무리하게 시작하기보다는, 몸이 힘들더라도 노동집약적 사업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안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환상이다. 우리나라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1만 2000개가 넘는데, 이는 일본(약 1300개)의 9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건전한 성장이 아니다. 최근에는 사모펀드들이 프랜차이즈를 투자 수단으로 보고 있어서 더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해외 투자금융사에 매각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들은 브랜드 발전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더 관심을 두기도 한다.”·
-그래도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려한다면 무엇을 살펴봐야 하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서는 필수로 봐야 한다. 여기엔 브랜드의 지분 구조부터 연간 개폐업 현황까지 모든 정보가 있다. 특히 1년에 몇 개가 문을 열었고, 몇 개가 문을 닫았는지를 꼭 확인해봐야 한다. 또 교육기간이 1주일 정도로 짧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이건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최소한의 정보만 주겠다는 뜻이니까.”

-중장년이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창업에 나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직장 경험을 살려서 창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모든 사업은 영업이기 때문에 직장 경험이 영업 쪽이라면 창업 성공률이 높다. 중장년층들은 영업 쪽에 있지 않았더라도 영업형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 영업형 스타일, 창업형 스타일로 자신을 먼저 개조한 후 창업을 하는 것이 좋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중장년층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려면.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선 소비자 선택의 우선순위에 들 수 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광고스럽지 않게 올릴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창업 전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 등을 개설해보고 운영해보는 경험이 도움이 된다. 스스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조금이라도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자금 운용 및 리스크 관리를 잘 하기 위한 팁이 있다면.
“고정비용과 변동 비용의 파악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월 임차료 대비 예상 매출액이 어느정도 돼야 할 지 파악한다. 매출 예상 데이터는 상권분석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또한 중장년 창업에서는 외부 자금이 많은 것은 좋지 않다. 빠르게 창업하는 것보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가치를 배우고 체화시켜 창업하는 슬로 창업을 추천한다.”
-향후 중장년 창업 시장 전망은.
“일로서의 창업 시장이 앞으로 커질 것이다. 내가 좋아하면서도 최소한의 경제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창업자가 즐겁고 행복한 창업 모델이 뜰 것이다. 창업은 돈 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창업자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창업 시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자금이 들어가기 전 시행 착오를 겪지 않도록 전문가나 주변의 평가를 받아보고 의사결정을 진행할 것을 추천한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가치를 정확히 공부하고 창업해야 한다. 핵심 가치를 알면 어떤 고난이 와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창업은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다. 중장년 창업일수록 장기적으로 생각하면서 창업자 자신이 즐겁고 재밌을 수 있도록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