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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일보 】 지난해 국세청이 해외 투자 펀드에 환급해준 외국납부세액 규모가 전년 대비 약 31% 급증한 2천억여원에 달했다.
최근 7년간 국세청의 간접투자회사에 대한 외국납부세액 환급 규모는 연평균 17% 증가해왔으며, 특히 ETF를 통한 해외 투자가 대중화되고 '국장 탈출' 거셌던 지난해에 유독 급증했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국세청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의 간접투자회사 등에 대한 외국납부세액 환급 규모는 2천1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환급 규모 1천635억원 대비 30.52%나 증가한 규모다.
2017년 707억원에 불과했던 환급 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2천억원대에 진입했다. 최근 7년간 연평균 17.1% 증가한 꼴이며 환급 총액은 1조431억원에 달한다.
2020년은 '서학개미'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미국 등 해외투자가 대중화된 해였고, 2024년은 국내 증시에 등 돌린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로의 '머니 무브' 흐름이 두드러졌던 시기다.
한편, 코스피 연간 상승률이 19%에 달했던 2023년은 미국 투자가 대중화된 이후임에도 환급 규모가 전년 대비 1.87%만 증가 했다.
올해부터 국세청의 환급은 2022년 개정 세법이 시행되며 사라졌지만, 연평균 17.1%의 증가세가 향후에도 유지된다 가정하면 국세청의 연간 외국납부세액 환급 규모는 5년 뒤엔 연간 5천억원대에 이르고 9년 뒤인 2034년에는 1조원을 넘어선다.
국세청의 환급은 일반과 절세계좌를 구분하지 않고 절세계좌에서도 만기·수령 시 세금을 내기 때문에 환급 전액을 회수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종전 '선(先) 환급, 후(後) 원천징수' 방식의 외국납부세액 공제 제도에 따라 국내 원천징수로 돌려받지 못한 금액이 상당했을 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지난해 금융투자업계가 전산시스템 구축의 어려움을 이유로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 개편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금저축계좌 등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건의했을 당시, 기획재정부가 '국고 유출'을 이유로 반대했다.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정부는 펀드가 해외에 납부한 배당소득세를 환급(14% 한도)해 주지만 투자자가 연금을 수령할 때는 3∼5%만 세금으로 납부한다.
이에 국고로 해외 펀드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의 9∼11%를 보전해주고 수십년간 선환급액에 대한 이자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연금계좌 보유자가 외국에 낸 세금을 한국 정부가 국세로 벌충해준다.
연기금과 공제회 등 면세법인들은 국외원천소득에 대해 국내에 낼 세금이 없으나, 종전 방식을 유지하면 이들이 해외 펀드에 투자해서 내야 하는 배당소득세를 국고로 지원하게 되는 문제도 있었다.
다만 제도 변경의 취지를 충분히 고지받지 못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가 국민 노후를 책임져주지 못한다며 절세계좌로 자산 형성을 독려하더니 갑자기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불만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갖고 설득했다면 충분히 수긍했을 것"이라며 "배당 위주로 장기적인 미래를 설계하고 있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변경된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야 소식을 접했으니 연금계좌에 넣은 돈도 묶여버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우기 2022년 도입이 확정되고 올해 시행이 예고돼 있던 정책임에도 연금계좌에서의 이중과세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지 못한 점도 지적된다.
임광현 의원은 "외국 배당소득세에 대한 '선 환급, 후 원천징수'라는 비효율적인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 개선은 타당하나, 3년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정부가 제대로 시행 준비를 하지 않고 국민들에 대한 홍보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절세계좌 투자자들이 정부를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향후 정확하고 구체적인 추진, 보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이이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