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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정청구 과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세금 환급 신청을 너무 많이 하고 있고, 또 그 중에는 본의든 아니든 부당한 환급 신청도 있다는 겁니다.
경정청구란 “직전 5년간 세금에 대해 적용 받지 못한 세제혜택이 존재하거나 자료미비로 인해 세금을 과다납부한 내역이 존재하는 경우, 국세청에 정당하게 환급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경정 청구가 있었을까요? 최근 언론 보도에서는 경정청구 환급액이 2022년 3539억 원에서 2023년 7090억원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건수 역시 2022년 37만 건에서 2023년 59만 건으로 증가했고, 2024년 상반기에만 65만 건 이상 청구가 됐고요. 19일 국세청에 확인한 결과, “(보도된) 수치는 맞다고 보면 된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일년 사이 세금 환급 청구가 60% 가까이 늘어난 것은 눈에 띄는 변화네요. 사람들이 왜 갑자기 세금을 돌려 받으려는 시도를 더 할까요? 국세청에서는 이런 변화가 세무 플랫폼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삼쩜삼이나 세이브잇(토스인컴), 비즈넵과 같이, 세금 환급액을 계산해주고 청구까지 대행해주는 플랫폼들이 생겨났죠. 채진우 국세청 대변인 공보1팀장은 “(2023년에 세무플랫폼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고, 그 시점에 (경정 청구가) 늘어난 것은 일단 맞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정확히 그것(세무플랫폼의 마케팅 때문에 경정 청구가 늘어났다고) 국세청 내부에서 분석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세금 환급 신청이 늘어난 것이 잘못된 일 일까요?
당연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가 혹시 세금을 더 내진 않았을까? 만약 그렇다면 돌려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납세자들이 한 번씩 해볼 수 있죠.
다만, 세금과 관련한 일은 어쩐지 어려운 영역, 까다로운 일로 여겨졌는데 플랫폼들이 생긴 이후 짧은 시간 내 인증 절차 몇 번으로 환급 조회와 신청이 쉽게쉽게 이뤄지게 됐습니다. 그간 세금 환급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거나, 상대적으로 세무 사각지대에 있었던 프리랜서, 아르바이트,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세무에 대한 접근성이 편해진 것은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모든 환급 신청이 제대로 된 것인지 검수 해야 하는 국세청 직원들의 업무 부하입니다. 예를 들어, 원래는 한 사람이 열 건 조사했을 일을 열여섯 건씩 해야 한다면 당연히 업무가 늘겠죠. 사람의 일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환급 심사를 제대로 못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부당하게 환급 받았을 사람도 있을 터이니, 국세청은 상반기 이를 가려내기 위해 일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만약, 부당환급을 받았다면 가산세도 붙게 됩니다.
플랫폼은 억울하다
사실, 일제 점검 역시 국세청이 정기적으로 하는 일이고, 일부 언론에 나온 것처럼 이런 환급으로 가산세가 40%까지 붙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가산세의 기준 역시 법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국세청이 그에 맞게 판단하겠죠.
다만, 부당 환급이 늘어난 것이 환급을 쉽게 하도록 만든 세무플랫폼 때문은 아닌데, 프레임이 그렇게 잡혀가고있는 모습은 우려됩니다. 기존엔 환급 받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사람들이 더 낸 세금을 받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은 오히려 납세자의 권리를 지원하는 행동이니까요. 반대로 그간 국세청이 환급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부당 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국세청 환급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이 더 빠른 일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삼쩜삼과 같은 세무 플랫폼들은 현재 국세청 홈택스의 자료를 가져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이 인위적으로 환급금액을 조정할 수는 없는데, 어떻게 과다하게 환급 요청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은, 사람들이 홈택스에서 직접 경정청구를 하더라도 똑같은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통상 부당 신청은 형제자매가 중복해 부양가족을 등록하거나, 혹은 부양인으로 등록할 수 없는 가족을 신청해 더 많이 세금 환급을 받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만약, 홈택스 시스템에서 부양가족 정보 중복이나 적격성 여부를 실시간 검증할 수 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죠.
홈택스의 인적공제 한계로 발생하는 문제를, 플랫폼 때문에 환급 신청이 많아져서로 치환하는 것은 무리로 보입니다. 논리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국세청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되겠죠.
이 기사를 쓰면서, 처음으로 삼쩜삼을 써봤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두어번의 인증을 거친 후 1만1000원의 예상환급액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걸 확인했고요. 삼쩜삼에 이용료 1000원(환급액의 10%)을 내면 1만원을 돌려 받을 수 있겠네요. 그런데, 1만원 때문에 부당환급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움츠러듭니다. 일부러 부당 환급을 신청하려는 것도 아닌데, 납세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꺼려지게 만드는 분위기는 확실히 불편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