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시스템을 개발에 나서는 기업·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제조 기업을 타깃으로 한 산업용 로봇은 이미 다수 있지만 중소기업 중 상당수는 비용 등의 문제로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로보틱스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도 다양한 현장에 당장 적용할 수 있도록 범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후 개발·도입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그동안 정체돼왔던 중소 제조기업 생산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브릴스, 연합시스템 등 로보틱스 기업은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한 전용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이 중소 산업계 디지털 전환(DX)을 목표로 관련 연구개발(R&D)에 힘을 보태고 있다.
로봇 솔루션 기업 브릴스는 올 들어 중소기업을 위한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로봇 솔루션 기업은 로봇 제조사가 기계를 만들면 이를 수요 현장 특성에 맞게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정 효율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동선을 설계하고 카메라·집게·절삭기·드라이버 등을 용도에 맞게 로봇에 끼운다. 브릴스는 본래 이렇게 이미 만들어져 있는 로봇을 각종 현장에 적용하는 솔루션 사업을 해왔지만 중소 제조 산업계의 로봇 도입 잠재 수요가 크다고 보고 연구개발에 나섰다. 기존 로봇보다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충분한 성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중소기업이 그동안 로봇 도입에 소극적으로 나섰던 것은 높은 비용 때문이다. 공정이 잘 정리돼 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대기업은 로봇 도입에 따르는 비용 절감 효과가 커 도입률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다품종을 소량 생산하고 공정도 자주 바뀌는 중소기업은 로봇을 도입하는 경우가 드물다. 비용을 들여 로봇을 도입한 후 공정이 바뀌면 투자 대비 수익을 충분히 얻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진 브릴스 대표는 “결국 관건은 단가, 표준화 그리고 유지보수"라며 “공정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서비스를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로봇 베어링(기계 부품 간 마찰을 줄여주는 장치) 제조 기업 연합시스템은 중소기업이 쉽게 도입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바로팩토리’를 출시했다. 제조 현장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자금 사정이 비교적 열악한 기업들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비용을 매달 나눠 지불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내놨다. 또 별도의 전문 인력을 두지 않아도 쉽게 설치·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간소화했다.
공공기관도 중소기업 로봇 도입과 디지털 전환 관련 연구개발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그동안 축적한 로봇 공정 노하우를 용접·가공·사출성형 등 분야 제조기업에 직접 전수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올 들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항공 소재 분야 기업 로봇 도입을 지원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은 전자·기계·자동차·식품 산업 기업들의 로봇 도입과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 올 7월부터는 서울에 ‘강남 로봇플러스 테스트필드’를 열고 중소·중견기업의 로봇 도입을 지원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