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에도 살아있는 ‘핏’은 여유에서 나온다

2025-11-22

유행 가장 잘 타는 ‘기장’은 무릎·발목 사이가 ‘스탠더드’

울 100%는 탄탄…캐시미어 함량 높아질수록 실루엣 더 부드러워져

루즈한 어깨선에 균형잡힌 라펠이면 오랫동안 꺼내 입는 디자인

코트의 계절이 돌아왔다. 많은 브랜드가 가장 신중하게 선보이는 아이템이자, 가장 큰 손익을 좌우하는 제품 역시 코트다. 물론 소비자에게도 가장 큰 결심을 필요로 하는 구매가 바로 코트일 것이다. 한 번 구입하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을 입는 코트. 오늘은 좋은 코트를 골라 오래도록 입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코트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색상, 기장, 소재, 어깨선, 칼라, 여밈 방식, 안감 유무, 가격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먼저 옷장을 열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색상을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이미 다양한 색상의 코트를 갖춘 사람에게만 유리한 조건이다. 그래도 어두운 계열과 밝은 계열의 코트를 하나씩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것은 꽤 괜찮은 방법이다.

이제 기장을 살펴보자. 코트의 길이는 유행을 많이 타기 때문에, 때로는 발목까지 오는 맥시 기장이 혹은 무릎까지 오는 하프 기장이 유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유행과는 별개로 늘 존재하는 코트의 길이가 있다. 자신의 키를 기준으로 무릎과 발목 사이, 중간 정도 길이라면 유행에 상관없이 언제나 입기 좋은 기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소재가 오래 입기에 좋을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울 소재다. 대부분 코트는 울을 베이스로 폴리에스터, 캐시미어, 나일론 등을 혼방하여 다양한 질감을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폴리에스터와 나일론의 비율이 높을수록 소재는 저렴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혼방으로 인해 가벼워지고 내구성은 높아지는 장점이 생긴다. 혼방 소재가 반드시 저급하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혼용률이 6% 이하인 경우에는 기능적으로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울 100% 소재는 구조감이 단단하고 형태감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테일러드 코트나 하프 코트에 자주 사용된다. 캐시미어 100%는 울보다 훨씬 가볍고 부드러우며, 따뜻하다. 캐시미어가 단순히 부드럽기만 해서 고가인 것은 아니다. 착용감과 외관이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다만 캐시미어 100%는 단단한 구조감보다는 부드러운 실루엣에 더 잘 어울리기 때문에, 뚜렷한 실루엣을 선호한다면 울 베이스의 캐시미어 혼방이 더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캐시미어의 함량은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캐시미어 5% 정도이면 가성비 좋은 코트가 되고, 10%, 20%, 30% 올라갈수록 원단의 감도와 부드러움, 그리고 가격이 함께 높아진다. 현명한 선택은 캐시미어 30% 내외의 울 혼방 코트다. 해마다 꺼내 입어도 실루엣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윤기가 살아있다.

어깨는 실루엣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멋진 코트를 고르기 위해서는 어깨선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코트는 겨울철 가장 겉에 입는 옷이다. 그 안에 두꺼운 니트, 셔츠, 이너를 겹쳐 입게 되므로 너무 타이트한 핏은 금세 형태가 무너지기 쉽다. 어깨가 딱 맞는 코트보다는 약간 여유 있는 어깨선, 즉 루즈한 핏의 코트가 오히려 더 세련돼 보인다.

소매통 역시 중요한 요소다. 겨드랑이부터 목까지 이어지는 라글란 소매든, 어깨선이 딱 맞는 정소매든 여유 있는 스타일을 골라보자. 한겨울에도 활용도가 높고, 풍성하면서도 세련된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칼라는 어떤 것이 가장 좋을까? 얼굴형에 따라 어울리는 칼라가 있다고들 하지만, 코트의 칼라는 얼굴형과 크게 관계없다. 겨울철에 코트 하나만 입는 예는 없을 것이다. 다양한 이너의 네크라인이 드러나기도 하고, 코트 위에 머플러나 스카프, 니트를 덧입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칼라 디자인 중 가장 안전한 선택을 꼽자면 단연 테일러드 칼라(Notched Lapel)다. 이는 라펠과 칼라가 만나는 지점에 V자 모양의 노치(notch)가 있는 가장 클래식한 형태다.

요즘은 자연스러운 오버핏이 유행하면서 라펠의 크기도 커지고, 위치도 편안하게 아래로 내려온 디자인이 많다. 물론 테일러드 칼라도 유행에 따라 라펠(아래깃)의 크기, 모양,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라펠과 칼라의 균형이 잘 잡힌 테일러드 칼라는 세월이 가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코트로 남을 것이다.

여밈은 어느 것이 좋을까? 싱글 브레스트, 더블 브레스트, 끈으로 여미는 디자인도 있고, 아예 여밈이 없는 코트도 있다.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 싱글 브레스트다. 하지만 풍성한 실루엣을 돋보이게 하는 더블 브레스트 역시 언제나 클래식의 범주에 속한다. 더블 브레스트는 겹쳐지는 원단이 많은 만큼, 특히 여유 있는 핏을 선택해야 멋스럽다는 점을 잊지 말자.

코트의 안감 유무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안감이 있는 코트는 확실히 보온성이 뛰어나고, 톡톡해 볼륨감이 살아보인다. 코트 그 자체만으로도 몸을 단단히 감싸는 느낌이 있으며, 안에 입은 이너와의 마찰이 적어 착용감도 편하다. 내구성도 뛰어나서 오래 보관하기에 유리하다.

반면 안감을 생략한 코트는 흔히 ‘리버서블(reversible)’이라 불리지만, 정확히는 ‘더블 페이스(Double-face)’ 코트라고 한다. 더블 페이스는 두 겹의 울이나 캐시미어 원단을 안감 없이 봉제한 고급 구조로, 겉과 안이 모두 겉감처럼 매끈해 안감이 없어도 깔끔하게 떨어지고 봉제선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무게가 가볍고 실루엣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지만, 일반 안감 코트보다 보온성이 떨어지고 가격은 더 높은 편이다. 형편이 허락한다면 두툼한 캐시미어의 더블 페이스 코트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잘 고른 울 소재의 안감 코트 또한 충분히 품격 있고 오래 입을 수 있다.

겨울 코트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균형이 잘 잡힌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좋은 취향이 담긴 원단, 그리고 자신의 체형을 편안하게 감싸는 여유 있는 핏감이 바로 오래 입을 수 있는 코트를 고르는 핵심이다.

■박민지

파리에서 공부하고 대기업 패션 브랜드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20여년간 일했다. 패션 작가와 유튜버 ‘르쁠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세 번째 저서 <세계 유명 패션 디자이너 50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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