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에 법안은 이미 통과됐다. 미래 입법으로 발효 시점만 2035년이었을 뿐이다. 유럽이 선언한 내연기관 종료 시기다. 해당 법안은 2035년 1월1일 자정부터 EU 국가 내에서 일절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한다. HEV, PHEV도 예외는 아니다.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수송 동력원으로 활용된다면 판매 금지다.
2023년 법안이 통과될 때 EU 국가들은 충분히 가능한 목표로 여겼고 지금도 그렇다. 일부 반대 국가도 있었지만 탄소 배출 감축을 오히려 EU의 성장 전략으로 삼았다. 이를 명분 삼아 탄소 많이 내뿜고 제조된 물건은 유럽에 들어올 때 탄소 국경세를 부과한다.
2023년에 통과된 법안은 올해 1월 1일부터 2029년 12월31일까지 승용차는 ㎞당 93.6g의 탄소 배출을 맞추라고 규정했다. 밴형은 153.9g이다. 이후 2030년 1월1일 자정부터 2034년 12월31일까지 승용차는 49.5g, 밴형은 90.6g을 명시했다. 그리고 2035년 1월1일 자정부터 승용과 밴형 구분 없이 0g이다. 그래서 올해부터 승용차는 ㎞당 93.6g에 맞추어야 한다. 판매 차종의 효율을 높이든지 아니면 다른 회사로부터 배출권은 사오든지 기준 충족 방법은 다양하다. 저마다 방식으로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하지만 맞추지 못하면 1g을 초과할 때 95유로(한화 약 15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어쨌든 법안은 발효가 됐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 규모가 큰 독일과 이탈리아가 EU에 '잠깐만'을 외치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법안은 유지하되 규제 만큼은 유연성을 부여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선적으로 매년 배출가스 평균을 적용하지 말고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 평균 기준을 삼자고 요청했다. 이 경우 올해는 배출 기준을 초과해도 2027년까지 평균 목표치만 달성하면 과징금을 피할 수 있고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그러는 사이 미국의 관세 이슈가 불거졌다. 주로 고급차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이 긴장했고 일부 회원국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2035년 내연기관 판매금지 규제의 현실성과 경제적 타당성을 문제 삼는다. 더욱 완화된 규제 혹은 전면 폐지까지 언급한다.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는 합성연료와 바이오연료에 보다 많은 혜택을 부여해 내연기관 산업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강력한 압박에 못 이긴 EU 집행위원회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그 결과 유럽의회 내 최대 정치집단인 유럽인민당은 올해 3분기 또는 4분기에 법 개정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개정 법률에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바라는 대로 내연기관에 사용 가능한 합성연료 및 바이오연료는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PHEV를 남기는 것에도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반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여가 환경과 무관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일부 추가적인 유연성은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규제 목표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이 유럽의 미래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만회하기 위해 유럽의 미래,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외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벌어진 내연기관 퇴출 논란이다. 한번 시작된 논란은 끊임없이 내연기관의 지속 가능 시간을 줄이기 마련이다. EU 내부적으로 내연기관 시대가 연장된다 해도 일시적일 뿐이다. 이 말은 수출 중심의 한국 또한 내연기관의 시간은 불과 10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HEV 늘어난다고 내연기관 수명이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에 머물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