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최근 해외로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객 숫자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국민관광산업포털에 따르면 2025년 8월 한국을 떠난 여행객은 총 1천942만 명으로 전년 대비 2.84% 올랐으며,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하는데요. 여행객의 80%가 내년에 올해와 비슷하거나 혹은 더 많이 여행을 떠날 것이라는 조사가 눈길을 끕니다. 지난 14일, 스카이스캐너가 서울시 회현동의 한 호텔에서 2026년을 이끌 7대 여행 트렌드를 소개하면서 발표한 내용이죠.

마트 어택부터 여만추까지...나만을 위한 맞춤형 여행
내년 트렌드의 핵심은 ‘나를 찾는 여행’입니다. 남들과 똑같은 여행보다는 취향·가치관·버킷리스트 등 개인의 기준을 바탕으로 여행을 계획해요. 최근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독서나 미식 탐방이 해외여행으로도 이어지죠. 스카이스캐너는 이를 반영한 7가지 여행 트렌드로 ▶마트 어택 ▶여.만.추(여행에서의 만남 추구) ▶책 스케이프 ▶글로우업 여행 ▶이색 체크인 ▶산악 바이브 ▶다세대 여행을 소개했습니다. 이 트렌드 리포트는 스카이스캐너가 독자 보유한 수백만 건의 항공편·호텔 검색 데이터와 2만 명 이상의 전 세계 여행객 설문조사, 그리고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완성됐으며 이중 한국인 여행객 1000여 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합니다.

1. 마트 어택
2026년 미식 관광의 흐름은 식당 예약에서 슈퍼마켓 탐방으로 변화할 전망입니다. 한국인 여행객 절반 이상(56%)은 여행 중 현지 슈퍼마켓을 자주 또는 항상 방문한다고 답했으며, 주된 이유로 ‘현지 식문화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52%)’으로 꼽았습니다. 단순히 평소 접하기 어려운 먹거리나 간식, 음료를 맛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현지인의 일상생활을 경험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어요.
2. 여.만.추(여행에서의 만남 추구)
비크닉에서도 지난번 다룬 ‘여만추’ 트렌드가 내년에도 유효할 듯합니다. 관광을 넘어 깊이 있는 경험을 추구하는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교류하거나 새로운 인연을 사귀는 것에 열린 마음을 가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인 여행객 10명 중 4명은 친구를 사귀거나 연인을 찾기 위해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있거나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요. 가장 많은 이유로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25%)’, 혹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24%)’라고 합니다.

3. 책 스케이프
이제 책은 일상뿐 아니라 여행처럼 특별한 순간에도 중요해졌습니다. 단지 책을 들고 가는 것뿐 아니라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된 여행지를 선택하거나 현지 서점과 도서관을 찾는 등 문학과 여행을 결합한 여행 방식이 두드러질 예정이에요. 한국인 여행객 3명 중 2명은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여행 상품을 예약했거나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죠.
4. 글로우업 여행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뷰티 루틴과 제품을 접하면서, 해당 국가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도 보입니다. 실제 여행 계획을 할 때도 많은 영향을 미치죠. 한국인 여행객 10명 중 4명은 여행 중 뷰티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으며, 현지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혹은 자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메리트를 느껴서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5. 이색 체크인
관광이 아닌, ‘이 숙소에 묵고 싶어서’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무려 한국 여행객의 44%가 숙소만을 기준으로 여행지를 선택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호캉스처럼 숙소를 중심으로 하는 여행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까요. 혹은 이색적인 숙소에 대한 로망 때문일까요. 스카이스캐너는 ‘독특한 숙소’ 필터를 검색에 도입하고 있는데, 이 분류에 등록된 호텔 예약이 전년 대비 60%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6. 산악 바이브
스키를 타는 것도 아닌데 이탈리아 돌로미티로 떠난다? 전 세계 산악여행지는 이제 비수기에도 자연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인 여행자 65%가 산으로 떠나는 여행을 계획했죠. 등산이나 스키가 아니더라도 깨끗한 공기와 시원한 날씨를 느끼고 싶다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7. 다세대 여행
성인이 된 이후 부모와 여행을 떠나는 Z세대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한국인 Z세대 성인 39%가 최근 2년 내 부모와 함께 여행한 경험이 있으며, 밀레니얼 세대의 5명 중 1명은 자녀 및 부모와 함께 여행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어요. 흥미로운 건 다세대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해외 Z세대가 ‘비용 절감’으로 꼽은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가족 간의 추억 만들기 또는 감사한 마음 표현하기’로 답한 겁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가족 간 유대감과 효 문화가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 거겠죠.
2026년 인기 여행지는? 남들이 모르는 지역 선호한다

스카이스캐너는 2003년 설립된 여행 앱으로, 현재 전 세계 180개국 37개 언어권을 섭렵하고 있습니다. 매월 수백만 명의 여행객이 남기는 검색 데이터가 이들의 자산이죠. 업체에 따르면, 최근 여행객들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아직 남들이 모르는 지역을 적극 찾아 나선다고 합니다. 일례로 자사 앱의 ‘저평가된 여행지’ 필터 기능의 활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 시장에서는 일본 홋카이도의 소도시, 아사히카와가 인기 여행지 1위로 이름을 올렸죠.

스카이스캐너 여행 전문가 제시카 민은 “2026년 인기 여행지와 가성비 여행지는 특별한 현지 식재료를 맛볼 수 있는 이탈리아 바리, 여행의 목적이 될 만큼 매력적인 숙소가 많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등 기존의 인기 지역을 넘어 비교적 덜 알려진 새로운 여행지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가성비 여행지의 경우 항공사에서 노선을 증편하거나 인기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등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복합적이다”고 덧붙였습니다.
AI로 여행 계획 짠다…여행 산업의 변화

여행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계획을 세우는 데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소셜미디어입니다. 특히 Z세대는 유튜브(70%), 인스타그램(56%)을 통해 여행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고 답했습니다. SNS 앱의 알고리즘 및 추천 기능 역시 중요해 졌는데요. 스카이스캐너 최고 제품 책임자인 피에로 시에라는 “여행 계획과 예약 등 여행자들의 AI 활용에 대한 자신감은 2024년 47%에서 2025년 54%로 상승했다”면서 “앞으로도 이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응답자의 약 절반이 AI 도구가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죠. 당장 AI가 가시적인 영향력을 드러내진 않더라도 여행객의 선택과 판단에 개입될 여지는 충분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