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의 날이 전하는 메시지, “품질은 글로벌 경쟁력”

2025-10-08

매년 10월 14일은 ‘국제표준의 날’이다.

다소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는 수많은 ‘표준’이 녹아 있다. 자동차출력 규격,전구 소켓의 규격, 휴대전화 충전기의 크기, 우리가 마시는 생수병 뚜껑의 돌림 방향까지도 사실은 세계 곳곳에서 정한 표준 덕분에 통일되어 있다.

만약 표준이 제각각이었다면 어떨까. 여행을 갈 때마다 충전기를 새로 사야 하고, 전등을 갈기 위해 동네마다 다른 규격의 전구를 찾아야 했을 것이다.

생활은 훨씬 불편하고, 비용은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표준은 ‘편리함’의 이름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신뢰’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식품을 살 때 유통기한과 성분표시를 믿고, 의약품을 복용할 때 안정성이 보장된 기준을 믿는다. 이런 신뢰의 바탕에는 표준이라는 든든한 약속이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는 눈으로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없기에, 믿을 만한 기준이 있어야 안심할 수 있다. 표준이 그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표준은 지역기업에게도 커다란 기회이자 도전이다. 기술력과 장인정신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품질 인증이나 표준을 갖추지 못하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대로 ISO와 같은 국제 표준을 충실히 지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한 기업은 해외 바이어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제품은 전세계가 인정한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이 한마디가 무역의 장벽을 낮추고, 소비자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된다.

표준화는 기업 내부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다. 제품 불량률을 낮추고,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며,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표준은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형식적인 절차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꾸준히 지키다 보면 기업의 체질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중소기업이 ISO 인증을 받기 위해 공정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낭비가 줄고, 작업자의 안전 수칙이 생활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결국 표준은 단순한 ‘종이 한 장짜리 증명서’가 아니라 기업을 성장시키는 학습 과정이 되는 셈이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 농산물, 가공식품, 생활용품, 심지어 관광 서비스까지도 품질의 표준을 세우고 지켜야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역 특산품이 국제 인증을 받으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이는 곧 농가 소득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서비스업 역시 마찬가지다. 고객 응대와 위생 관리, 안전 절차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운영될 때 손님은 다시 찾게 되고, 그 경험은 지역 이미지를 높여준다. 돌이켜보면, 삶은 늘 ‘좋은 품질’을 추구하는 과정이었다. 깨끗한 물, 안전한 집, 믿을 수 있는 의약품, 그리고 편리한 도구들. 그 모든 것의 바탕에는 보이지 않는 표준이 있었다.

국제표준의 날은 우리에게 그 소중한 기반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표준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생활 속의 작은 안심이다.

세계의 무역전쟁 가운데, 10월 14일 국제표준의 날을 맞으며 생각을 해본다. 품질은 결국 신뢰를 낳고, 신뢰는 경쟁력을 만든다. 국가의 기업이든 지역사회든, 표준을 지켜 품질을 높이는 일은 곧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과 다르지 않다.

표준은 먼 나라의 규칙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을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약속이다. 그 약속을 지켜나갈 때, 우리 지역 기업들도 더 큰 세계의 무대에서 당당히 빛날 수 있을 것이다.

김승국 <무역학(국제경영)박사/국가품질명장/현대자동차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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