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쳐 열풍 탄 K뷰티·식품...콧대 높은 유럽 시장도 뚫는다

2025-10-09

국내 식품·뷰티 기업들이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식품·화장품을 중심으로 유럽 매출이 매년 20% 이상 성장하자, 수출 다각화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최근 K-콘텐트 열풍을 계기로 한국 제품이 유럽에서 인지도를 높이면서 소비재 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고 있다.

9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 대기업들이 유럽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공장을 짓는 등 유럽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두나버르사니에 비비고 만두 공장을 새롭게 짓고 있다. 1000억원을 투자한 이 공장은 부지만 축구장 16개 크기(11만 5000㎡)로 2026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앞서 농심은 올해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법인을 세웠고, 삼양식품은 지난해 7월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설립했다.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 한국산 농림축산식품 수입액이 가장 많은 국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네덜란드가 지난해 수입한 한국산 농림축산식품은 2억3600만 달러(약 3352억원)로, 전년(1억7500만 달러) 대비 34.8% 증가했다. 지난해 독일과 영국도 한국산 농림축산식품을 각각 1억2000만 달러, 1만1000만 달러를 수입해 모두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29.1%와 25.1% 증가한 숫자다.

그동안 유럽은 콧대 높은 선진 식음료 시장으로 인식돼 왔다. 식문화의 역사가 길고 지역적 특색도 강해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문화적 수용성이 높은 네덜란드와 영국을 중심으로 이런 흐름이 깨지고 있다는 평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외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영국 등을 중심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식품 기업이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라면과 만두 등 간편식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K-푸드 인기 비결로 꼽힌다.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한국산 김치도 인기다.

이런 흐름을 탄 국내 식품 기업의 유럽 매출은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 CJ제일제당과 농심, 대상홀딩스 등 주요 식품 기업의 유럽 매출은 전년 대비 20% 넘게 늘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화장품 업계도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스킨케어 브랜드 마몽드는 지난달 27일 유럽 8개국에 진출했다. 북유럽 최대 뷰티 유통사인 리코(Lyko)와 손잡고 오프라인과 디지털 플랫폼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색조 화장품 전문 브랜드 클리오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현지 유통망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K-뷰티 브랜드들은 온라인에 먼저 진출한 뒤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유럽을 상대로 한 화장품 수출액은 매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55억 달러(약 7조8400억 원)로, 대중국 수출액(10억7800만 달러)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전년 대비 증감률을 보면 폴란드가 133.8%(수출액 1억4500만 달러)에 달했고, 프랑스(116.1%, 6700만 달러)도 급증했다. 특히 폴란드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의 수출 상위 10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발 관세 등으로 국내 소비재 기업들이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유럽 내 K-컬쳐 열풍과 적절히 맞물리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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