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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어를 미국의 '국어'(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기관들은 영어 외의 언어로 된 문서와 통역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방침이다.
영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불법 이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추방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추진되는 것이다. 국민 통합을 장려하고 정부 효율성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수백개의 언어가 사용되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공식 언어를 둔 적이 없다.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영어 실력 때문에 정부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각 정부 기관이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각 기관과 정부 자금을 받는 단체들은 여러 외국어로 번역한 문서와 통역을 지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내용의 행정명령을 폐지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 영어를 하지 않는 이민자 자녀들 때문에 학교 수업에서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취임 직후에는 백악관 웹사이트에서 스페인어 버전을 없앴다.
그는 대선 출마를 앞두고 당내 경쟁이 진행되고 있던 2015년 유세 중에도 스페인어를 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두고 "여기는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를 하는 나라"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에 공식 언어는 없지만 시민권을 받으려면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인 78% 이상이 집에서 영어만 쓰지만 다른 수백만명은 다른 언어를 주로 사용한다.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30개 이상에서는 영어를 주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법을 제정했다.